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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29. 2024

계란으로 바위를 쳐봤자 나만 손해

살면서 이런 일 저런 일을 겪다 보면 원하는 것을 얻을 때보다 얻지 못할 때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능력에 비해 무리한 욕심을 부려서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기회가 내게는 아직 오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남들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도 다르지 않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희망이나 기대가 꺾일 때마다 우리는 쉽게 절망한다. 나도 그랬다. 세상의 두터운 벽에 가로막혀 한껏 쪼그라든 느낌이랄까.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았다. 결국 깨지는 것은 계란뿐이었다. 그래봤자 나만 손해다.


한때 이 사실에 많이 힘들었지만 언제부턴가 마음을 바꾸었다. 세상에는 많은 복이 있지만,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복도 있다고. 세상 모든 것을 다 누리고 살 수 없는 법이라고. 이렇게 생각하자 조금은 편해졌다. '그렇구나, 이 복은 나와 관계가 없었구나.'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보았다. 물론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복도 있다. 그 복이 나에게 오지 않았을 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아무리 힘들어도 상황은 그대로인 것을.




지금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없는 것을 아쉬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나에게 더 좋기 때문에 신이 주지 않는 거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연륜이 빛나는 순간은 바로 이 자발적인 수용에 있다고 믿고 싶었다. 노욕에 찌들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이가 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배우 야쿠쇼 코지)는 내가 추구하고 싶었던 삶을 잘 보여준다.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삶, 사소한 주변 현상에 미소 지을 수 있는 삶,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여유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삶...


어제는 내 상황에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렇게 생각을 다시 정리했다. 사람이란 약한 존재라 지금 결심하더라도 곧 다시 흔들리게 마련이다. 그러면 그때 다시 마음을 새롭게 하면 된다. 한 번의 결심으로 완성되는 인간은 드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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