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힘든 일상을 견디게 하는 힘

by 서영수

어제는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전날 영화를 보느라 늦게 잠든 것도 이유겠지만, 습한 공기를 머금은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영 기운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고 발이 무거워 평소 걷던 길도 중간에 그만두었다. 이런 일은 거의 처음이었다. 루틴을 지키지 못했지만, 더 걸으면 몸에 무리가 갈 것 같았다.


하지만 더운 날씨는 어제만의 일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맥이 빠지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 생각을 하다가 문득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스완이 연인 오데트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스완은 오데트를 깊이 사랑하지만, 오데트는 스완만큼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오데트가 다른 남자와 잠시 함께 있어도 괴로워하는 스완. 소설에는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로 오데트의 관심을 돌릴지 고민하는 스완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나는 아무래도 스완이 프루스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심리를 이토록 섬세하게 묘사할 수는 없다)


솔직히 스완의 행동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노력해도 안 되면 할 수 없는 거지, 그렇게까지 하면서 오데트의 마음을 얻으려고 애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래서 내가 스완처럼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들자 기운이 없는 이유가 조금은 분명해졌다. 바로 '사랑의 부재'였다. 더위를 견디게 하는 것도, 상황을 이겨내는 것도 모두 사랑의 힘이다. 스완이 오데트 때문에 힘들어도 쉽게 지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그 사랑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주인공 염미정(배우 김지원)은 구씨(배우 손석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과 함께 여기 앉아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그지같은 일도 아름다운 일이 돼요. 견딜만한 일이 돼요."


사랑은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거나 힘든 상황을 견디게 하는 힘이 있다. 내가 하는 보잘것없는 일도, 별 볼일 없는 장소도, 그저 그런 순간들도, 그 시간을 빛나게 하는 것은 서로를 향한 사랑의 힘이다. 내가 회복해야 할 것도 바로 그 사랑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이 심드렁해지고 삶의 기쁨이 사라진 것도 내 안에 사랑이 없거나 식었기 때문이다. 사랑을 잃는 순간, 삶의 의미도 사라진다. 무더운 날씨에 기운이 없어도, 우리 모두 사랑의 힘으로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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