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의 고고한 선비들은 이렇게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들은 나라로부터 쓰임을 받으면 벼슬자리로 나갔고, 그렇지 않으면 초야에 묻혀 책을 읽었다. 벼슬에 오르면 능력을 펼쳐 나라와 백성들을 이롭게 했고, 그렇지 못하면 유유자적하며 학문을 연마하고 스스로를 단련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이들은 후자에 속하는 선비들이다. 그들이 남긴 책과 글이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주고 있다. 이들은 글로 이름을 남겼지만, 권세를 누리며 한 시대를 호령하고 지배했던 이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이들의 삶을 보면서 무엇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인지 생각했다.
당시 그들도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 중에 일부는 관직에 나갔던 사람들만이 칭송받고, 자신들 같은 선비들은 이름 없이 사라질 거라고 자조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발적인 고립의 삶을 살았던 다수의 선비들은 자신과 학문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했다.
지나고 나서야 그 뜻을 헤아릴 수 있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그러므로 당장의 선택에 너무 실망하거나 절망하지 말아야 한다.
살다 보면 뜻대로 되는 일이 많지 않다. 선비들처럼 끊임없이 마음을 비워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남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어딘가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마음을 잘 추슬렀으면 좋겠다. 물론 무명의 그 힘든 시간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어떤 위로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롯이 혼자 견뎌야 할 힘든 시간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리라 믿어야 한다. 때로 시간은 많은 것을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설령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더라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찾는 것이 나중에 후회를 덜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