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내린 비로 날씨가 한결 선선해졌다. 새벽에는 서늘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날씨가 하루아침에 급변하는 걸 보면서, 계절 또한 마치 인간의 성품을 닮아가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충분한 시간을 두고 변하던 계절의 변화는, 이제 오래전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뜨거운 열기가 사라지자 그동안 매미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던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반가운 소리였다. 이 소리는 가을이 왔다는 신호니까, 곧 겨울도 멀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소 시끄러운 매미 울음소리에 비해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얼마나 잔잔하던지,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한동안은 하도 더워서 가을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날씨가 바뀌니 얼마 전까지 겪었던 그 뜨거운 더위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며칠 지나면, 우리를 힘들고 지치게 했던 지난여름의 더위는 기억 속에서 희미해질지 모른다. 잊고, 잊히고 또 잊히면서 우리의 삶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