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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03. 2024

남산에서 헤맨 하루

얼마 전 일요일,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오랜만에 오른 남산에서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맸기 때문이다. 내가 과연 서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처음 올라갈 때는 모든 게 좋았다. 날씨는 선선했고 공기는 상쾌했으며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여유로웠다.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남산 둘레길을 음악을 들으며 걷는데, 저 멀리 남산 타워가 보이기 시작했다. 비교적 수월하게 타워 근처까지 올라갔다. 늘 그렇듯 타워 주변은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 시내 풍경에 가슴이 탁 트였다.   


문제는 내려오는 길이었다. 올라왔던 길로 돌아갔어야 했는데, 타워 아래쪽으로 난 길이 더 쉬워 보여 그쪽으로 접어들었다. 가파르게 내려가는 길, 너무 쉽고 빠르게 내려가는 것이 좀 불안했지만, 한번 들어선 길을 되돌리기는 어려웠다.


결국 내려와 보니 낯선 후암동이었다. 순간 당혹감이 밀려왔다. '여기가 어디지? 어떻게 집에 가야 하지? 이정표를 보아도 내가 찾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올라갈 수도 없고, 결국 버스를 타야 하는데, 어디서 타야 할지 몰라 한참을 돌고 돌아야만 했다. 점점 기운이 빠지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처음은 좋았지만 마무리가 별로였던 거다.


그날 깨달은 사실은, 아무리 익숙한 길이라도 다 알지 못할 수 있다는 점. 또 너무 쉽게 보이는 길이 오히려 더 어렵게 돌아갈 수 있는 길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체력을 안배하며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번에 남산에 다시 간다면, 그때는 길을 좀 더 천천히, 신중하게 골라서 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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