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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Sep 04. 2022

해병대 사관후보생 지옥주 (해간 66기, 1981년)

오늘따라 웬일인지 까다로운 점호(그때는 '순검'이라 했다) 없이 일찍 취침을 시켜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갑자기 비상이 걸렸다


자정 12시 정각, 느닷없는 사이렌 호각소리

천지가 개벽한 듯

여기저기서 선착순 앞으로 뒤로

팬티바람, 우비, 그러다 완전무장(해병대는 '완전군장''완전무장'이라고 불렀다)

빠따는 전천후로 퍽퍽


조국의 원수들이 다시 남침했다

총원 완전무장으로 즉시 연병장에 집합하라

    

 --지옥행 열차~~ ---


귀관들은 지금 시간부로 지옥에 왔다

이곳에 온 걸 심으로 환영한다

삶과 옛날의 기억, 그리움, 미련 따위는 버려라     

오직 명령에 따르고

하늘을  산을 오르고 땅을 기고

바다 강 갯벌 시궁창에서 멱 감는다

지옥에는 원래 배고픔도 잠도 없다

혹시 피곤하면  크게 뜨고 자라


인공(人工) 버려

가짜를 모두 버려


모두가 자연(自然)이다

스스로 자, 그럴 연


자연의 전령들 함께 했다

모기 파리 개미가 모두 친구

그들과 친해져라


그러다 보면

몸이 몸 아니고

들뜬 맘이 차차 가라앉고

시간 모두 없어지고

하늘땅이 흔들리다 바로 선다


그때

귀관들은 다시 태어난다


 어 야   살 리 라   

 

사후생(士候生)*은 사후생(死後生)이다   


렇게 1981년 6월 밤 지옥주가 시작되었다


* 사후생은 ‘사관후보생’의 줄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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