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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Jul 05. 2022

까치내 별곡

1     

시냇물 두 개가 합쳐지는 널따란 들판이다

물에는 미호종개, 붕어, 미꾸리, 피라미 유유하고

뭍에는 참새, 까치, 다람쥐, 토끼 어우러지고

들에는 조그만 풀, 작은 꽃 무리 지어 피고 지고          


2     

우리 냇가, 들판에 아주 큰일 났다

얼마 전부터 멀리서 수상한 연기 보이더니

대낮인데도 불이 번쩍번쩍한다

도깨비불이다

뭔가 보니 지난 이야기 타령이다

이러다가 들판 태우고 냇물 말려버릴 듯

여기저기 플래카드

저곳 이곳 웅성웅성     


  우리 냇가, 들판 내력이야 그저 그런 것

  저쪽 산서 그시기 여울서 출발해유

  또 거기 시작한 쪼그만 언덕 줄기, 작은 시내 이곳서 합쳐서유

  까치내가 되었수

  물 옆으로 언덕도 졸졸 쫓아오다 모여설랑

  이곳에다 너른 벌 만들어 놓았서유

  해와 달 따라 바람과 눈비 따라 하루하루 지나서유

  그저 그런 텅 비움으로 있다 가기도 하고 더러 남은 거지

  더러 구름으로 변하고, 더러 이끼 되어 남고     


시냇물 좀 큰 물 되어 흐르고 들풀 들꽃과 들나무, 들새와 작은 물고기, 동물 

모두 사이좋은 곳이 여긴데     


3     

핼러윈 귀신들이 여기저기 넘쳐나더니

들판, 냇가, 물속과 공중에서 쏴아악 쏴아악 물총노리 불꽃노리 해코지노리 어퍼치기노리 싸가지노린지 뭔지들 지랄하고


지난 일들 따져본다면서 사람 그득히 모여서들 뭘 쓰고 빼고 더하고 

풀마다 돌마다 물 고비 일일이 펴고 까고 들추고 헬벨레하고 지랄


지난 일 세우기 하자면서 넘어뜨리고 이것 정말 난리도 아니구나

뒤집었다가 뉘었다가 똑바로 세웠다가 그대로 물구나무 세우고 뭐 하는 건지 참 야단 났네


도깨비불 점점 다가오고, 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이러다 우리 동네 물길 다 메우고

들판 다 태우겠다     


4     

그래서 우리 느티나무에 빌붙어 사는 도까비 불렀다     


  “도까비님 냇가, 들판 꼴이 말 아닙니다

  방망이 가지고 도까비님 오셔서

  지금 떠드는 녀석들 하나하나에게

  지난날 이야기 세 개씩 내서 두 개 맞추지 못하면     

  

  도까비님이 걔네 엉덩이 다섯 대씩 때려 주십시오

  그리고 냇물 손바닥으로 퍼서

  들불 끄라는 벌주십시오”     


전해 오는 말에는

이곳에 흰 까치가 상서로운 희망 전해준다는데

백작(白鵲) 더러 도깨비불 좀 꺼 달라고 부탁하련다          


(까치내는 청주시 무심천에서 미호천(금강)으로 흐르는 시내 이름)     


* 정부 바뀌면 늘 옛날일 들추고 어쩌고 시끄러운데, 한 1년쯤 이것저것 제대로 살펴보고 나서 했으면 좋겠다! 시민은 피곤하다 (한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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