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벤처타운역을 지나며
일요일(6월 26일) 신림역에서 관악산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어느 나이 지긋한 부인께서 내게 묻는다
“서울대 입구에서 관악산 올라가려는데 서울대벤처타운역에서 내려요? 다음 역 관악산역에서 내려요?”
당황했다. 나는 늘 마지막 역에서 내렸는데, 내 마음속에는 관악산 입구가 곧 서울대 역이었거든
그런데 역의 명칭이 이랬다
(2호선) 신림역 – 서원역 – 서울대벤처타운역 - 관악산역
서울대는 벤처타운역(?)이고, 지하철이 관악산까지 들어간 거라구(?)
타운역? 다음역? 다운역 이라구?
관악산을 오르는 내내 서울대벤처타운역이 머릿속에서 뱅글뱅글 돌았다
‘서울대 벤처타운 역 / 서울 대벤처 타운 역 / 서울 대벤 처 다운 역 / 서울대 벤 처 타운 역 / 서울대 벤 처다운 역 / 서울대벤처타 운 역 ---’
단어의 조합이 제법 나온다. 그만해야겠다
역 이름도 ‘띄어쓰기’를 해야겠다. ‘띠워 쓰기, 띄워 쓰기’인가? 어렵다
어떤 것이든 이름 좀 잘 지어야겠다는 결론
* 밤낮없이 연구개발에 열중하며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분들에게 미리 성공의 영광을 드린다
산미치광이의 편지
가시털 달린 쥐과 동물이다. 제주도에서 갇혀 살다 탈출하였다(6월 28일 새벽 뉴스에 한 마리가 죽었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소속 : 쥐목(目) 산미치광이과(科)와 나무타기산미치광이과(科)의 2종
이름 : 산미치광이, 호저(豪猪)
살던 곳 : 평화의 섬 제주
한 달 동안 온통 그들의 행방을 찾는데
카톡에 그들의 변명이 와 있었다
우리는 우리 우리에 있었는데
집개와 들개가 우리 우리를 뜯으려 하더라고요
아삭아삭 스르럭스르럭 우리를 뜯는 소리가 났어요
우리 안에 나무라도 있으면 나무 위에 올라갈 텐데
우리가 도망칠까 봐 그랬는지 우리 안에는 나무가 없었어요
우리가 몸 움츠리면 가시털이 세워져요
긴장하고 무서워지면 털이 딱딱해지거든요
가시털 세웠더니 이게 공작 깃털처럼 예뻐 보이는지
개들이 더 으르렁대는 것 같았어요
우리 우리는 바닥이 딱딱한 시멘트였어요
땅을 파지 못하게 하려던 거지요
너무 위험한 것 같아서
제주 토박이 친구 고슴도치에게 SOS 했더니
빨리 도망쳐야 한다 하더라구요
땅 파고 숨어있다가 자기네 굴로 오라 하더라구요
우리는 지금 땅굴에 긴급피난 중이며
위험한 도망동물이나 탈출동물이 아니라 조난동물임을 밝힙니다
근데 이참에 한 말씀드리려 합니다
우리 이름 어때요
근사해요? 미친 이름 같아요?
한글을 쓰세요, 정치하는 분들, 높은 분들부터
(나무타기산미치광이 올림)
* 어떤 것이든 이름 좀 잘 지어주자. 산미치광이가 뭐냐 도대체 (한돌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