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윤수 Oct 17. 2022

동해/일본해 논란에 대한 해결방안?

우리의 동쪽, 일본의 서쪽(북서쪽)에 있는 바다를 우리는 ‘동해’, 일본은 ‘일본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는 동해라는 명칭만 쓰자고 고집하지는 않고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 정치권이 친일 논쟁으로 어지럽고, 며칠전 한미일 3국의 합동 훈련을 동해/일본해 등 어디에서 했는지에 대한 기사도 시끄럽다. 최근 노컷뉴스에 동해/일본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보도되었다. 내가 보기에 우리가 부르는 ‘동해(East Sea)’라는 명칭은 너무 크고 막연하다는 느낌도 든다. 대륙의 동쪽바다로 ‘동중국해(East China Sea)’가 있으니, 우리의 동쪽 바다는 ‘한국해(Korea Sea)’나 ‘동한국해(East Korea Sea)’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다(북한은 조선해라고 부른다).      


일본은 섬들이 모인 열도다. 일본이 주장하는 일본해(Japan Sea)는 일본열도 주위라면 몰라도 대륙과 섬들 사이의 바다를 가르키는 명칭에는 부적합한 지명이 분명하다. 그런데 일본은 동해라는 명칭을 자기들의 동쪽 바다인 태평양(Pacific Ocean) 쪽에 사용할 테니, 그들더러 동해라는 명칭만 쓰자고 주장하기도 난처하다.   


예전 동해 지도를 모아 놓은 자료가 있어 살펴 보았다(국립해양조사원). 예전 고지도를 보면, 동해, 조선해, 한국해 등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지도(지명)와 역사     


‘우리의 운명은 지도와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이탈리아 작가 페데리코 람피니(Federico Rampini)가 쓴 책 『지도 위의 붉은 선』(Le Linee Rosee)의 뒷표지에 써 있는 말이다.(갈라파고스, 2022)     


이 책의 뒷표지를 좀더 인용한다.     

‘지중해 난민에서 한반도 갈등 구조까지, 브렉시트에서 트럼프 현상까지, 이슬람 테러리즘에서 기후변화까지, 중국과 러시아의 독재에서 신보호주의까지, 유토피아를 향한 교황의 ‘불가능한 임무들’과 소셜미디어 디스토피아까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 수많은 정치적 결정들의 이면에서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의도와 치밀한 계산들…우리는 어떤 운명을 직면하고 있는가? 세계의 현주소와 미래의 향방을 해석하는 열쇠는 모두 지도에 있다.’     


이렇게 지도(지명)과 역사가 중요하니, 우리도 지정학적 고려를 통해 우리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



CBS노컷뉴스 워싱턴 특파원의 보도(2022년 10월 15)     


동해/일본해에 관련된 미국의 입장을 취재한 것이다. 그대로 옮긴다.        


‘2014년 9월 9일 승인된 미국지명위원회(BGN)의 성명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하나는 일본해가 관습명칭(conventional name)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일본해가 광범위하게 현재 사용중(widespread and current usage)라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미국은 미군당국과 정부당국을 통해 동해 표기를 요청하는 우리 군과 정부의 요구를 묵살해 오고 있다.’

(워싱턴=CBS노컷뉴스 권민철 특파원)       


미국이 우리와 일본 사이의 바다를  ‘동해’라고 하느냐 ‘일본해’라고 하느냐에 따라 미국이 한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드러난다. 미국도 전에는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병기한 적이 있다. 미국지명위원회(연방기관이라고 한다)가 앞의 보도 내용과 같이 결정한 상태라면 우리는 이에 대해 합리적 주장으로 번복을 주장해야 한다. 


이 분야 베스트 셀러로 알려진 팀 마샬(김미선 옮김)의『지리의 힘』(사이, 2016) 『지리의 힘2』(사이, 2022)에 수록된 지도를 찾아보았다.      


1. 중국과 한국, 일본(오키나와), 동남아 사이의 바다 이름       


대륙 동쪽 – 한국 : 황해(Yellow Sea)

대륙 동쪽 : 동중국해(East China Sea)

대륙 남쪽 : 남중국해(South China Sea)      


2. 일본처럼 섬나라인 영국 주변의 바다 이름       


영국 - 유럽 대륙 : 북해(North Sea)

영국 – 아일랜드  : 아이리시해(Irish Sea)

영국 – 프랑스    : 영국해협(English Channel)      


3. 호주 주변 바다 이름     


호주 – 동티모르 : 티모르해(Timor Sea)

호주 – 뉴질랜드 : 태즈먼 해(Tasman Sea)     


여기에 어떤 뚜렷한 원칙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도, 대륙과 섬나라의 위치 등을 고려해서 바다이름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국과 유럽 대륙 사이의 바다가 동해나 서해가 아니라 북해(North  Sea)라는 건 좀 의외였다. 우리도 미국 등 제3자가 납득할 만한 주장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해(Korea Sea) 또는  동한국해(East Korea Sea)가 어떨까          


우리 지도와 역사를 살펴보면서 중요한 지정학적 메시지를 발견하였다. 이걸 차례로 알아보자.     


일본은 1873년 조선을 병합하려는 정한론(征韓論)을 정하고나서 청일전쟁(1894년), 러일전쟁(1904년)을 일으켜 1910년에 조선(대한제국)을 합병하였고, 1931년에는 만주사변을 일으켜 1932년에 만주국이라는 괴뢰국을 세운다.     

 

종전에 ‘조선해’나 ‘(조선)동해’ 등으로 불리던 바다는 이제 일본 열도(그들은 ‘내지(內地)’라고 불렀다)와 그들의 식민지로 바뀐 조선이 둘러싸고 있으므로 일본은 이 해역을 자기들의 내해(內海)라는 뜻일 ‘일본해(Japan Sea)’로 부르기 시작한다. 국력이 쇠약해진 조선(대한제국)은 1905년부터 일본에게 외교권마저 빼앗겨 아무런 항의도 하지 못하고, 다른 나라는 큰 이해관계가 없으니 나서지 않았다.


일본은 1905년(고종 42년) 2월 22일에는 시마네현 고시 40호로 ‘내부 회람용’이란 도장을 찍은채 관보에도 게시하지 않고, 우리의 독도(獨島)를 죽도(竹島, 다케시마)라며 자기네 영토에 편입시킨다. 1909년(융희3) 9월 4일에는 청나라와 비밀리에 간도협약을 맺어 우리가 지배하던 간도를 청나라에 넘긴다.           


그런데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과 함께 전범국(戰犯國) 일본이 부르던 ‘일본해’라는 명칭은 국제적으로 타당성을 잃은지 이미 오래다. 아직도 이 해역을 ‘일본해’라고 부르는 것은 1945년에 패망한 전범국 일본을 계속하겠다는 주장이 아닌가?       


일본해라는 명칭이 동해보다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는 부분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도 이제 입장을 좀 바꾸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너무 막연한 동해(East Sea)라는 명칭보다, ‘한국해(Korea Sea)’나 ‘동한국해(East Korea Sea)’라고 하면 어떨까. 중국의 동쪽 바다(황해의 아래쪽을 말한다. 황해에 대해서는 한국과 중국이 이견이 없다)가 ‘동중국해(East China Sea)’니까, 한국의 동쪽 바다를  ‘한국해(Korea Sea)’로 부르던지, 동중국해와 같이 ‘동한국해(East Korea Sea)’로 부르자는 것이다. 


아니면 ‘한국해/일본해’, ‘동한국해/서일본해’의 조합도 가능해 보인다.

이전 20화 트러스 총리의 사임과 ‘오즈(Oz)의 마법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