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의 시
무명(無名)의 흔들림 내세우고자
나는 푸른 펜을 세웠네
인생의 골머리에 마침표 빨면서 저
하늘 끝까지 너무
빨리 가 버렸네
신분당선 지하철도에 옮아 타고 청계산 가는 길
이제 하늘과는 결코 텁텁하지 않으리
함께 가는 너털구름처럼 푸른
수염으로 위장한 시(詩)로
산과 계곡을 모두 싸안으리
물풀 저리 흔들리는데
송사리 어떻게 숨으라고
어찌 안타깝지 않으리
그냥 두면 될 텐데
한때는 시들어 가도
왠지 모르게 한번 개망초꽃으로 환생하리
개울물 조금 푸르러진 건
세상사람 모두 희망한 때문
올해 더 빨개진 지구가 애처로워
과감한 한 펜 들었다
연두색 잉크로 연서(戀書)를 썼다
조금씩 더 푸르르자고
(주왕산, 이대로 푸르게 남으리라) 2022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