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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May 18. 2022

낙동정맥 간월산, 낮달이 따라 오고 있었다

산에 오르다 보면 산의 이름과 상황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2019년 10월 20일(음력 22일)의 일이다. 영남알프스, 간월산-신불산-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산행이다. 달을 바라보는 간월산(看月山)에서 대낮에 뜬 반달이 슬그머니 나를 따라 오고 있었다. 낭만적(?).  그런데 혹시나 싶어 산 이름을 찾아보니 왠일 동물 몸의 간을 쓰는 간월산(肝月山)이다. 옛날에 간월사가 있어서라는데 실망스럽다. 


장엄한 신불산 억새평원에는 억새꽃이 너른 평원(8만평)에 가득차 하늘거린다. 여기에 나무마다 색과 농도가 다른 단풍이 겹쳐지니 정말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다.     


가을과 겨울이 겹치는 어중간한 시기지만 고도가 높은 곳(1100~1250m)인 까닭에 우리팀은 방풍보온복 등 겨울 대비를 해야 했다.     


신불산에서 주위 경치에 빠져 허둥대는데, 갑자기 뒷통수가 가려워 왔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며 걷다가 우연히 뒤를 돌아보니 낮에 뜬 반달이 따라 오고 있었다. 낮반달님, 그때 그 시절 그대로였다.   


(영남알프스 9봉) ▲ 가지산(1238) ▲ 간월산(1069) ▲ 신불산(1159) ▲ 영축산(1081)

                ▲ 천황산(1189) ▲ 재약산(1108) ▲ 고헌산(1034) ▲ 운문산(1188)  ▲ 문복산(1015)      



간월산에서 반달이 따라왔다      


고개 남쪽에만 높은 산들 7개가 모여 앉았네

봄에는 가지산에 철쭉 동산

가을에는 백성들이 한탄하는 소리 들리는 억새밭

겨울에는 흰 눈 덮인 아주 딴 세상

가지산 쌀바위에는 쌀과 약수가 후르르 흐르고     


우리나라에 알프스라는 지명은 여기뿐(?)

진달래 이어 피는 철쭉은 가지산에서는 연달래다     


10~15만 년 전쯤 화산이 폭발했는데

풍화작용 미처 다하지 못하고

세상에 돌 무더기로 남아 있다   


문득 돌아보니

간월산(看月山)에서 낮반달님이 따라오고 있었다

파아란 하늘에 고운 모습은 그 시절 한가지였다


(2019년 10월 20일, 음력 9월 22일)     



(산행 경로)

1일차 : 10/19(토) 12.5km / 6시간

운문령-상운산-가지산-석남고개-능동산-배내고개     

2일차 : 10/20(일) 12.6km / 7시간

배내고개-간월산-신불산-영축산-삼남목장 갈림길     

숙박= 별천지펜션(하산후 버스 이동 2.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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