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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May 19. 2022

「민둥산 억새꽃축제」, 단풍은 올라오고 나는 내려가고

민둥산은 원래 ‘나무가 없는 산’이라는 뜻의 보통명사다. 그런데 여기에 고유명사 ‘민둥산’을 소개하려 한다. 민둥산은 강원도 정선에 있다. 해발 1119미터. 나는 2017년 10월「민둥산 억새꽃축제」기간에 기차를 타고 찾아갔다(청량리역 - 민둥산역, 3시간 정도). 근처에 <백두대간 생태수목원>이 있고, 민둥산 정상에 오르면 맞은편에는 백두대간 산군이 절경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산이다.     

    

축제기간이라 그랬는지 산 정상에 있는 빨간우체통에서 무료로 엽서를 보낼 수 있었다. 내가 나한테 부친 엽서가 전하는 내용이다.         


민둥산 억새꽃축제     


내일을 준비해 두었으니

태백산, 함백산

민둥산 정기 받아 훨훨 날아라     


즐거운 날 다시

힘찬 발걸음으로 만나자

으악새 평원에서 만난

민둥산이   

  

(2017년 10월 27일 민둥산 정상에서)    

      



이곳에서 나는 억새와 단풍을 함께 만났다. 산 이름이 민둥산이 된 것은 정상에는 나무가 없고, 드넓은 주능선 일대가 모두 은빛과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참억새숲(진짜(?) 억새숲)이기 때문이다. 원래 민둥산은 가난한 화전민의 산이었고, 예전에는 산나물이 많이 나게 하려고 매년 불을 질렀다고 한다.   

     

이곳에 전해오는 이야기다. 옛날에 하늘에서 큰 말 한 마리가 내려와 주인을 찾으려 보름 동안 산을 헤맸다. 이때 나무가 뿌리까지 다 뽑히더니 나무가 자라지 않고 참억새만 난다고 한다. 근데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긴지 잘 모르겠다.      


무성한 참억새숲에서 바라보니 붉은 단풍은 아래에서 소리지르며 올라오고, 나는 내려가는 길에서 그를 만나는 모양이 되었다. 거기서 소재를 잡아본 글이다.   



억새와 단풍 그리고 나          


억새 참 억세게 자랐다. 꼭대기 민대머리 벌판에다 억새로 천년왕국을 세웠다.

산불에 종종 시달리는 곳. 카르스트 지형에 있다는 돌리네(Doline) 현상.

누가 오나 보려는지 소나무 몇 그루를 스크럼으로 에워싸고, 물도 없는 곳에서           

태백산맥 모진 바람에 맞서, 으악새 흰 물결 흐르고 번갯불 가을노래 부른다.


단풍은 성큼성큼 꼭대기로 올라오고, 나는 내려가고          


* 돌리네 습지는 석회암 지대에서 바위가 물에 녹아 생기는 함몰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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