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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May 16. 2022

연주대는 호젓이 지붕이려 한다

적어도 매주 한 번은 관악산에 오른다. 집이 방배역 근처에 있는 까닭에 주로 집-사당역-연주대 코스를 걸어서 오간다. 집에서 사당역이 1.5킬로미터, 사당역에서 정상 연주대(해발 629미터)가 5킬로미터다. 그대로 왕복하면 13킬로미터, 과천이나 서울대 쪽으로 내려가면 대개 10킬로미터다.    

  

관악산과 나는 오랜 친구(?)가 되었다. 나는 그의 넓은 영역의 여기저기를 다녀보았고, 그의 깊은 속내도 많이 알고 있다. 이제 30년째 사는 집이 관악산과 가깝고, 예전에 다니던 학교와 직장도 관악산 주변이었으니 내 평생의 많은 시간을 그와 더불어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래저래 관련된 글을 많이 쓰게 된 이유다. 다음은 그가 나에게 고백(?)한 시다. 그는 아마 조용히 있고 싶고 주위에서 우러름을 받고 싶은 모양이다.    



연주대(호젓하고프다)          


먼 하늘 너머 추억의 바다 건너면 옛 시간,

조용히 되새기며 오롯하려는데

이제 제대로 기억나는 허공이 없다          


철제 사다리

빽빽한 안테나

시멘트덩이들

머리 위에는 몇 분마다 비행기 날아가고          


검은 산고양이 몇 마리 졸고

산 까마귀 한 떼 날고

백과 흑 산까치 가끔 몸매 자랑하는데          


이제 연주대는 꿈마저 호젓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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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대(지붕이고 싶었다)          


나중 사람들

보고 오르며

와서 쓰다듬으며     


가끔 환한 모습으로 때로는 뾰족한 눈망울로 

비 그치거나 눈 쌓일 때마다

내려다보는 지붕이려 했다.          


무언가 그리고

그윽하게 바라보는

이름처럼     

연주대(戀主臺) 되려 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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