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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May 16. 2022

무심(無心)과 무심(舞心) 사이가 인생이다

14살 소녀가 무심천이 시작되는 야산 근처에서 실종되었다가 10일 만에 무사히 돌아오는 사건이 있었다. 나는 그 사건에 무척 마음 졸였는데, 왜냐하면 그녀의 처지가 너무 애초로웠고, 실종된 곳이 나의 본적지 마을 근처이었기 때문이다.   


마침 한참 뜨거운 여름이라 이때는 주로 새벽 산행을 했는데, 그때 써둔 글을 옮겨본다.   

       

무심(無心)과 무심(舞心 

    

개처럼 더울 것이라 해서

끔직이 더울 시간을 피해 새벽 5시에 관악산 관음사 쪽 바위를

개처럼 타는데 내가 멍해 있었다      


7월 23일부터 8월 2일까지 10일을 물 없이 음식 없이 지냈다는 소녀

조은누리가 생각났다

그녀는 14살이지만 수영선수를 했고 마음을 잘 비워

밤도 무섭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심(無心)

방하착(放下著)

조은누리가 되는 길이다     


살아 돌아왔다는 소식 듣고 밤새 내 마음이 춤을 추었다     


내 자서전 『무심천에서 과천까지』 시작하는 곳에서

훌륭히 살아주어 고마웠다      


(2019년 8월)          



사실 인생이란 없는 무심(無心)과 춤추는 무심(舞心) 사이에서 사는 게 아닐까. 그리고 세상사에 대해 마음을  다 비워버린 무심(無心)과 세상을 달관하여 마음이 춤추는 무심(舞心)은 어찌 보면 비슷한 게 아닐까.     


벌써 10년 이상 카톡의 프로필에 ‘물 따라 바람 따라’를 쓰고 있다. 누군가 내게 이걸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물따라 바람따라’로 붙여 써 보라고.     


내가 한 말이다. ‘물따라 바람따라’ 살자면(꼭 붙어 있으면) 여유가 없어서 힘들다. 그래서 나는 물과 바람과 떨어져, 한 걸음쯤 띄어 사는 ‘물 따라 바람 따라’를 모토로 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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