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서 떠난지 10년을 넘어가면서, 나는 방송대에 등록한 학생으로서 인터넷 강의 듣고 책 읽고 글 쓰고, 매주 2번 정도는 산에 오르고, 돈이 모아지면 가끔 해외여행을 떠나는 생활을 해 왔다(코로나 이전).
어느덧 나이가 쌓여 ‘어르신 교통카드’를 받아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이른바 ‘지공선사’가 되었다. 어떤 이는 ‘지공대사’라 한다는데, 나는 ‘지공’을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르키는 ‘指空’으로, ‘선사’를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善士’로 쓰려 한다. ‘욕심 없이 세상일을 바라보고 더 착하게’ 살겠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출간한 책이 6권이 되었다. 에세이집 3권과 시집 3권이다. 늘 대학생인 늘공 백수이므로, 스스로도 호칭이 낯설어 소개글에는 ‘전(前) 공무원’이라고 쓰고 있다.
매일 ‘브런치 글’을 먹다 (글부림)
요즈음은 작년 말 출간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도서관에서 빌리자마자, 반쯤 읽는 사람이 되었다. 점점 처음과 마지막, 탄생과 죽음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고, 여기에 관심 갖는 나이가 된 모양이다.
동화작가인 여동생(신현수)으로부터「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2022년 5월 12일부터「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일상이 변했다. 매일 나에게 ‘그날의 글, 브런치’를 먹이는 신공(身貢)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1년만 해 보자고 결심하였고, 지금까지 이걸 지키고 있다.
심야 인터넷 포털이나 방송, 새벽 신문으로 알게 된 당장의 사회 모습에 대해서는 가급적 아침 7~8시까지 그날의 촌평(寸評)을 써 보려는 만용도 지키고 있다. 이 부분이『한돌별곡』의 주요 소재가 되고 있다.
그동안 배우고 알게 된 지식을 총동원해서 무언가 지혜를 짜내는 ‘꾀부림’이나 나름대로 어떤 해결책이라도 찾아보려 ‘몸부림’치다가 이걸「브런치」에 글 형식으로 발행하는 것이 나의 ‘브런치 글’이다. 그래서 이번에 새 단어를 만들어 보았다. 내가 매일 하는 것은 부림짓인데, 곧 ‘글부림’이라고.
한돌별곡
‘한돌’은 2017년에 처음 시집을 엮으면서부터 써온 나의 필명이다. 우리말 ‘한’은 ‘하나, 바르다, 크다’라는 뜻이고, ‘돌’은 ‘돌맹이(표준말은 돌멩이)’다. 그러니 영어로는 ‘a / right / big stone’ 정도가 되겠다. 독일의 아인슈타인(Einstein) 박사도 있지만.
‘별곡’은 우리 고전시가 중 고려속요 ‘청산별곡(靑山別曲)’에서 따 왔다. 청산별곡은 총 8연인데 내가 좋아하는 1연과 5연을 적어본다. 산에서 사는 즐거움과 돌을 던지는 일이다. (이번에 고전시가 공부 좀 하시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靑山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靑山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성 얄라리 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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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듸라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
얄라얄리 얄랑성 얄라리 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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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1연처럼 거실 책상에서 늘 산을 바라보며 자주 산에 오르고 있고, 5연처럼 어딘가 돌 한 개를 던지고는, 때로는 내가 던져놓은 돌에 맞아 울고 있으며, 딱히 미워하는 이도 사랑하는 이도 없이 살고 있다. 나의 이런 생활을 적은 글들이『한돌별곡』이고, 이번이 그 첫 뭉치다.
브런치북『한돌별곡』첫 뭉치 발행
지금껏 ‘한돌별곡’이라고 써 놓은 글이 20개 정도가 되었다. 이번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이걸 묶어 ‘첫 뭉치’로 발행하려 한다.
앞으로도 나의 ‘한돌별곡’은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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