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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Oct 31. 2022

꽃의 명명법 : 오랑캐꽃과 제비꽃

한돌의 시

내 어릴 적에는 파란 제비꽃이 예뻤다


강남에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무렵에 핀다고 해서 제비꽃

제비를 닮은 제비꽃은 담벼락 밑에 있었다

토끼풀과 괭이밥도 있었다

나도 토끼나 고양이처럼 먹어보곤 하였다

청주 무심천 뚝방 토끼풀(clover)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는데

어서 행운을 찾아 책갈피에 끼우려는데 찾기가 쉽지 않았다

괭이밥은 고양이밥, 먹어보면 씁쓰럼한데 고양이가 먹었을까    

 

그런데 오랑캐꽃은 우서운(?) 꽃, 무섭고 우스운 꽃     

내 어릴 때 오랑캐는 무기도 없이 떼지어 무작정 달려드는 인해전술(人海戰術)을 한다는 중공군(중화인민공화국 군대)이었다

사람들 목숨을 파리처럼 가볍게 여긴다 해서 우스웠고 도깨비 얼굴에 늑대 발톱이라 해서 무섭기도 했다      


나중 안 건데 우리도 오랑캐라 불리우고, 특히 동이(東夷)란 말은 ‘동쪽에 사는 오랑캐’라는 뜻이고, 오랑캐꽃은 제비꽃으로 같은 꽃(?)이었다     


같은 꽃인데도 이름이 참 많았다     



오랑캐꽃은 제비꽃이다


우리말 : 오랑캐꽃, 제비꽃, 앉은뱅이꽃, 가락지/ 반지꽃

        장수꽃, 씨름꽃, 병아리꽃 등등

영어 : violet

한자 : 근채(菫菜) 이야초(二夜草) 철색초(鐵色草)     


꽃말도 여러 개지만 대개 순수한 ‘사랑’이 많았다     


제비꽃을 찾아서, 오랑캐처럼 고개 수그린 꽃을 찾아서

병아리처럼 앙징스런 녀석을 찾아서

이제는 많이 오래된 이야기      


옛날 귀족이던 공후백자남 작은 모두 벼슬 작(爵)을 쓰고

그런데 제비는 참새 작(雀)을, 까치는 까치 작(鵲)을 쓰고

1년에 한번 음력 7월 7일 칠석날 헤어진 사람이 만난다는 오작교(烏鵲橋)는 까마귀 오(烏), 까치 작(鵲) 다리 교(橋)을 합한 ‘까마귀 까치 다리’가 되겠다      


내가 새로 짓는 이름은 ‘참새꽃’ 참새는 진짜 새고, 참새꽃은 작고 예쁘고 새로운 꽃

어때! 예뻐보이지 않나?


다음은 예전에 배운 오랑캐꽃이란 시다     



오랑캐꽃 / 이용악     


-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태를 드리운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 년이 몇 백 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미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 줄게

울어 보렴 목 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머리태: 길게 타래진 머리털.

*도래샘: 빙 돌아서 흐르는 샘물.

*띳집: 띠(볏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지붕을 이어 지은 집.

*털미투리: 짐승의 털을 꼬아서 만든 짚신 모양의 신.


(오랑캐꽃=제비꽃) 나무위키에서



* 이태원 참사로 슬픈 월요일입니다. 먼저 희생자를 애도하고, 부상자의 쾌유를 빕니다. 이번에 분명히 원인과 책임을 따지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제도와 사회시스템을 철저히 고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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