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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Nov 07. 2022

입동가절(立冬佳節)

한돌의 시

겨울 문턱이다 


겨울은 돌아보며 

살아있는 것들에게 멈추라 하고 

다음을 위하여 잠자라 하고 

나무더러 낡은 옷을 벗어 버리라 하고 

사라져야 할 것더러 슬그머니 없어지라 한다 

생사윤회(生死輪廻)가 여기 있으니 

겨울은 아름다움이다   


겨울은 베푼다 

온누리를 순결한 하얀 태고(太古)로 덮어주고 

얼어붙은 정열을 원초(原初)의 에로티시즘으로 껴안게 하고 

스러지는 것, 잊음의 블랙홀을 만들어준다 


슬퍼서 착해지는 시간

입동가절(立冬佳節)이다     


(겨울나무) 픽사베이에서



* 10·29참사 희생자를 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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