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나발루 산 4 – 르네상스

by 신윤수

어둠과 안개를 헤치다 보니 드디어 빛이었다


산에서 이틀 자고 오른 보르네오섬 동남아 최고봉

새벽 3시 해발 3천2백 미터 산장에서 출발해서

바닥에 깔려있는 굵은 밧줄을 잡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밧줄과 사람들) 20180305


일열로 늘어서 노젓는 노예들처럼 천천히

띄엄띄엄 안갯속에 헤드랜턴으로 지옥의 풍경을 그린다

긴 바위 건너 너른 바위 경사면 타고 2킬로미터

이리저리 4시간

갈라진 큰 바위 사이로 오르니 꼭대기였다

로우(Low) 봉 4095.2미터 세계자연유산


고산증 증상이 사람마다 다르고 적응이 쉽지 않다

나는 산에 오르면서 방귀를 자주 뀌었다

아마도 신체를 바꾸어 리모델링하려 했을 듯

이곳 전설에서 죽은 사람도 키나발루 산 정상에서 다시 살아난다던데

내게도 르네상스(renaissance) 거듭남(再生)이 있었으리라


지구별 적도 우뚝 선 화강암 바위

우람한 하늘의 성채

건기에도 때때로 엄청난 폭우

바위의 억년 주름마다 하얀 물줄기 끝없이 흐르고

스쳐가던 구름 부닥쳐 홀연 없어지고


다시 그곳에 가고 싶다

* 2018년 3월 5일 우리 일행이 산에서 내려온 지 사흘 만에 그곳에 지진이 났다(나중에 신문에서 보았다). 바로 3년 전 서양애들이 꼭대기에서 홀딱 벗어던지고 나체춤을 추었는데, 산신령이 노해서 바위를 흔들어 18명을 데려갔다(?)고 한다. 바로 내가 산에 있는 동안 바윗덩이 아래 10킬로미터는 부글부글하였고, 나는 자꾸 방귀를 뀌어 산에 불경(?)했는데,


(키나발루 산 정상에서) 20180305


(산장에서 키나발루 산을 배경으로) 2018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