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정치 현상에 관한 글을 쓰려고 전에 사둔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이라는 책을 찾았다. 2017년에 나왔고, 그때 슬쩍 보고는 집에 어디 둔 건 분명한데, 이놈이 발이 달렸는지 찾아보니 없었다.
열악한 주머니 사정(?)에 새로 사기도 뭐하고, 책이 배송 오려면 시간도 걸리니까 하며, 집 근처 방배도서관을 검색해 보니 거기 있었다. 2주 전에 빌려서 읽고는 반납하였다.
흔히 미국에는 ‘건국의 아버지’가 있고, 18세기 말(미국 독립 1776년)에 조지 워싱톤, 벤저민 프랭클린, 토머스 제퍼슨 등이 현재도 유효한 헌법을 만들고,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를 다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누가 언제 건국을 했는지’부터 논란이다. 미국처럼 다른 지방에 이주해서 만든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최초의 나라, 즉 옛조선과 단군 할아버지부터 따져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건우의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에는 「학병세대와 한국 우익의 기원」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느티나무책방, 2017년)
(방배도서관에서 찾은 책)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학병세대와 한국 우익의 기원」
우리나라 기독교 전래사를 보면, 미국 장로교가 서북 지역에서 기독교 전도를 하는 바람에 그쪽이 먼저 개화(서방에 익숙)되면서, 우리나라 우익에는 서북출신(평안도 출신)이 많다고 한다. 장준하와 김준엽, 도산 안창호, 선우 휘, 류달영, 강원용, 김수환과 지학순, 그리고 예전 <<사상계>>의 필진들 대부분이 서북출신이라니 좀 의외다.
이들이 815광복과 625전쟁 이후 대거 남하해서 대한민국 골격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 책은 여럿의 열전 형태로 쓰여 있고, 마지막 20장에는 이 책을 요약한 것 같은 문장이 있어 그대로 옮긴다.
마지막 2 문단 (274~275쪽)
해방 후 한국의 역사에서 좌익이 정권을 잡은 적은 없다. 1950년대 후반 한국 근대화의 플랜을 제시하고 1960년대 중반 이후 박정희 정권에 저항한 장준하와 김준엽 등 <<사상계>> 그룹의 성향은 명백히 우익 민족주의 계열이었다.
한신 정도가 그 기원에서 좌우 사이의 중도 성향을 보이긴 했지만, 실제 정치사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한 적은 없으며, 다만 극우 독재에 저항했을 뿐이다.
해방 후 제도권 정치의 역사에서 중도노선 정당이 살아남은 적이 없다. 우익과 보수를 가장한 극우 정치세력과, 그냥 우익들 간의 이합집산과 대립의 정치사였다.
----------------------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정치와 정책을 말하면서 보수 우익 일부에서 틀 지은 ‘좌우 프레임’에 사로잡힐 이유는 없을 듯하다.
이념의 스펙트럼은 넓고 우익도 마찬가지다. 해방 후 정부 수립 과정에서 친일 세력은 ‘우익’을 독점하려 했다. 그것이 자신들이 사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좌우 프레임’으로 득을 얻는 이는 누구인지, 따져 보아야 할 이유도 이런 역사에 있다. 독자들이 이 책을 ‘한국 우익의 기원과 성격’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로 읽었기를 바란다.
자신들 입장과 같은 극우적 국가주의가 아니면 모두 좌파로 내모는, 오늘날 우익을 사칭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러했기를 바란다.
----------------------
내 머리에 남은 문장들이다. 숫자는 쪽
임방현 ‘한국적 민주주의’ 115
함석헌 ‘민족도 영원한 것이 아니다’ 172
자연법 209
지학순의 양심선언 216
사학과 언론 천관우 219
박정희 민족주의 담론 ‘자유주의와 공산주의가 모두 서구의 것이며 반민족적’ 241
조지훈 지조론, ‘선비다운 우국경세의 붓’ 251
김수영 ‘자유주의를 시와 글로 보여준 인물’ 254
조지훈 대 김수영, ‘이 구도는 현대 한국의 정신사에서 보수 대 전위, 전통 대 현대의 원형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정통’ 보수주의자 조지훈과 진보적 자유주의자 김수영은 다른 모든 지성을 대표한다.’ 257
김준엽 ‘1985년 2월 고대 총장을 떠나다’ 265
뒤표지: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은 누구인가
이른바 ‘학병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선배 세대인 이승만, 장면, 박정희 등과 달리 친일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웠고, 또한 남북 대결의 장에서 남쪽 체제를 택함으로써 반공 문제에서도 의혹이 없었다. 1920년 전후의 다섯해 사이에 출생한 이들로, 실제로 대한민국의 기초를 놓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서구 지향의 세계주의자였고, 대한민국의 근대화에 대한 투철한 신념이 있었다. 때때로 박정희 세력과 뜻을 같이 했지만, 그 친일적 뿌리에 대해서는 생래적 반감을 품었다. 아울러 이들은 제헌헌법에 구현된 상해 임시정부의 중도적 이념에 동감을 표했고, 산업화의 밑걸음을 박정희 정권에 제공했다고 전해지며, 한국적 특수성을 내세워 정치사회적 자유를 억압하는 군사 독재 정권과 치열하게 싸우기도 했다.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이다.
------------------------
지금 우리 정치권은 여당도, 야당도 모두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 먼저 여당과 야당으로, 다음에는 유력한 인물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세력으로 나누어 서로 쌈질을 하고 있다. 이른바 조선이 망한 원인이라는 사색당쟁이 다시 시작된 모양이다.
요즈음 이야기, 일본이 재무장을 선언하고 미국은 여기에 동조하고, 북한이 연일 탄도미사일을 쏘아대는데(올해만 36차례 65발(?)을 쏘았다던데, 먹을 식량도 없는데 무슨 돈으로 그리 하는지 참!) 우리 정치권은 온통 15개월 후인가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에 관심이 쏠려 있는 모양이다.
--------------------------
헌법에서 독립기관으로 둔 감사원이 감찰 대상인 대통령이나 현 정부를 감찰하는 게 아니라 과거 정부가 어땠다며, 과거사 파헤치기에 올인하는 걸 보니 기가 막힌다.
헌법 제97조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
생각나는 경구 하나 적어 본다(조지 오웰George Orwell, 『1984』).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과 지향성에 따른 편가르기로 나라를 어지럽히지 말라 (한돌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