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의 시
우리는 하늘을 멀리 나는 새
그러다가 잠깐씩 어딘가 내리는 새
사람들이 ‘겨울 철새’라고 부르는 새라오
우리 보고 ‘겨울철 새’라고?
‘갈봄여름 없는 새’라고?
아니오! 우리는 ‘철 있는 새’
겨울이라는 계절을 좋아하는 샙니다
우리 이야기 한 번 들어보려오
우리더러 사람들이 ‘철새’라고 부른다던데
원래 우리는 똘똘하다오
사람들이 똘똘한 사람보고 철학자, ‘철인’이라고 부른다면서요
이 세상 많은 새들 중에서 똘똘한 새만 ‘철새’가 되는 거지요
우리가 겨울을 가져온다고요?
우리가 가면 세상이 겨울로 변한다고요?
우리는 살기 위해, 남기 위해 긴 시간을 힘들여 날아다니는 거여요
우리가 가보면 계절이 바뀌어져 있는 거지요
그런 오해가 무서워서 우리는 떼 지어 다녀요
대장 따라 줄 맞추어 날아다니지요
우리들이 같이 날갯짓 하면 바람과 계절이 바뀌는지는 잘 몰라요
갈봄여름은 우리에게 ‘없어요’가 아니라 ‘싫어요’라고요
어쨋든 우리는 어디에서든 어느 때든 겨울을 찾아내야 되지요
그래야만 살아남으니까요
이런 게 세상을 철들게 만드다고 해요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 니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우리는 두 날개로 날아다니면서
떨어질까 보아 무서워 조심 조심하는데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말도 있지만
사람은 한 다리로 걷나요? 그러고도 멀리 갈 수 있나요?
사람들이 토요일마다 편갈라 “으싸 으싸” 하는 게 자주 보이던데
그거 운동회 하는 건가요? 별로 이뻐 보이지는 않던데요!
‘이넘과 저넘’이, ‘이년과 저년’이, ‘이념과 저념’이라며 싸우는 거 같던데
지구 더워진다는데 이산화탄소를 그렇게 막 내뿜어도 되나요?
인류세 때문에 종말이 온다는데 한심해 보여요!
하늘에서 보면
사람이 철이 없다는 거
사람들은 모두 철부지인 게 보여요
언제나 사람들이 철사람으로 바뀌려나
그래서 지구 편해지고 우리 철새 사정도 좀 나아지려나
* 이육사의「절정」에서
* 캐나다 빙하 모습, * 제목에 붙인 사진은 `북한강과 철새` (픽사베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