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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Jan 17. 2023

겨울 철새 이야기 1

한돌의 시

우리는 하늘을 멀리 나는 새

그러다가 잠깐씩 어딘가 내리는 새

사람들이 ‘겨울 철새’라고 부르는 새라오     


우리 보고 ‘겨울철 새’라고?

‘갈봄여름 없는 새’라고?

아니오! 우리는 ‘철 있는 새’

겨울이라는 계절을 좋아하는 샙니다


우리 이야기 한 번 들어보려오     


우리더러 사람들이 ‘철새’라고 부른다던데

원래 우리는 똘똘하다오

사람들이 똘똘한 사람보고 철학자, ‘철인’이라고 부른다면서요

이 세상 많은 새들 중에서 똘똘한 새만 ‘철새’가 되는 거지요      

우리가 겨울을 가져온다고요?

우리가 가면 세상이 겨울로 변한다고요?

우리는 살기 위해, 남기 위해 긴 시간을 힘들여 날아다니는 거여요

우리가 가보면 계절이 바뀌어져 있는 거지요

그런 오해가 무서워서 우리는 떼 지어 다녀요

대장 따라 줄 맞추어 날아다니지요

우리들이 같이 날갯짓 하면 바람과 계절이 바뀌는지는 잘 몰라요

갈봄여름은 우리에게 ‘없어요’가 아니라 ‘싫어요’라고요

어쨋든 우리는 어디에서든 어느 때든 겨울을 찾아내야 되지요

그래야만 살아남으니까요

이런 게 세상을 철들게 만드다고 해요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 니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우리는 두 날개로 날아다니면서

떨어질까 보아 무서워 조심 조심하는데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말도 있지만

사람은 한 다리로 걷나요? 그러고도 멀리 갈 수 있나요?

사람들이 토요일마다 편갈라 “으싸 으싸” 하는 게 자주 보이던데

그거 운동회 하는 건가요? 별로 이뻐 보이지는 않던데요!

‘이넘과 저넘’이, ‘이년과 저년’이, ‘이념과 저념’이라며 싸우는 거 같던데 

지구 더워진다는데 이산화탄소를 그렇게 막 내뿜어도 되나요?

인류세 때문에 종말이 온다는데 한심해 보여요!     


하늘에서 보면 

사람이 철이 없다는 거

사람들은 모두 철부지인 게 보여요

언제나 사람들이 철사람으로 바뀌려나

그래서 지구 편해지고 우리 철새 사정도 좀 나아지려나   


* 이육사의「절정」에서


* 캐나다 빙하 모습,  * 제목에 붙인 사진은 `북한강과 철새`  (픽사베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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