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의 시
삶의 한 켜, 그리운 어둠은 어디에 있지
나는 왜 떠나온 동굴을 찾아 헤매지
낮이면 바쁜 일상, 무의식에다 몰래 숨기고 밤 되면 몸 터는
추억의 박쥐성
삶의 인저리 타임에서 어둠마다 늘 환하던데
삭삭삭 어스름 차 온다
그는 저기 문밖에 있다
그가 오면
나는 몰래 먹다 들킨 강아지처럼 어둠 끄나풀 숨길 곳을 더듬고
윙윙대는 회상의 종소리를 버릴 곳을 찾는다
겨울이 떠난 지금, 사방천지는 모두 개나리 벚꽃이고
개망초꽃도 곧 핀다는데
혼자
두고 온 날, 그 어둠을 잊지 못하고
한 듯한 무언가 약속 있었는데, 무언지 기억하지 못하면서 머리만
쥐어짠다
가련한 자
너는 어둠의 어느쯤에서나
그때 그 고운 카오스를 찾을 수 있을까
땡땡한 대낮이다
낮은 늘 동터움도 없이 온다
대명천지에서 나는
다시 표박되어 표백 당하고 몸을 말리우면서
자백하라 고문 당한다
돌아가지 못한 날들의 약속 사랑 미련 우수---
가여운 자
너는 지금 추억의 어느 곳에 있나
옛날은 갔지만
앞날로 다시 올 수 없을까
예전 동굴을 찾아내도 이미 불이 환할 텐데
나는 왜 그 어둠을 버리지 못하나
그래도 지난 걸 전혀 돌이킬 수 없다면 신이 치사하지
사람이란 까먹고 실수하는 존잰데요
한번은 그래도 봐 줘야지요, 딱
한번 한 방향으로만 설계된 시간 흐름을 포맷하고 싶은데요
밤은 스스럼없이 곁에 왔다가 친해지면 왜 금방 가나요
알 수 있을까요, 제발 알려 주세요
알게 될까, 알아야 할까, 알아도 될지 몰라
뜬 눈 지샌다
나는 어둠의 어느 끝에서나
관음 땅에서 미륵 하늘 가는
하늘재를 넘을까
(예전 써 놓은 글을 조금 고쳤습니다)
(20170520 태백 `바람의 언덕`)
(20191020 영남알프스 `신불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