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비 쉰 틈에 산책 나섰다가
모처럼 나리와 나비를 보았어요
이쪽은 참나리
저쪽은 호랑나비
참나리와 호랑나비 어우르는 모습
친하다가 화내다가 다시 어쩌던데
그들은 내 어린 시절처럼
참나리는 주근깨 피어 있는 소녀처럼
호랑나비 두 마리는 개구리 소년처럼
이야기하고 싸우고 펑펑 뛰었어요
한참 지켜보았는---
무슨 이야긴가 들으려 했는데 잘 모르겠---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는 자연성 부족인 듯
호랑나비 한 마리 왔다가 잠시
가고 다른 나비 왔다가
둘 다 갔다가 다시 한 마리
왔는데 다시 한 마리도 와서
같이 있다가---
어울렸다가 헤어졌다가 다시---
조합이 무궁무진해 보였어요
내가 곁에 다가가도 무관심한 그들은
도통(道通)한 꽃과 나비였어요
나리 개나리 참나리 중 진짜 나리가 최고
이 나라에 개자(字) 돌림 개나리만 가득하고 참나리 드문데
참나리 파이팅!
요즘 나비가 드문데 그도 호랑이라니
호랑나비가 최고!
참나리님 호랑나비님
기왕 오신 김에 이 사회 썩어 문드러진 기강 좀 잡아주시오
*2023년 7월 22일 오후 우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