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에서 평화? 아니면 전쟁? (8편)

이미 시작된 전쟁?

by 신윤수

올해 7월 31일에 쓰기 시작한 〈휴전에서 평화? 아니면 전쟁?〉의 8번째 이야기다. 45일이 지났는데 그동안에도 이 분야에 제법 일들이 많았다.


7월 19일 해병대원 순직 사건부터 국방부장관 교체 발표(9월 13일)까지, 캠프 데이비드의 한미일 정상회담(8월 18일)부터 러시아 우주기지의 북·러 회담(9월 13일)까지 국방에 관련된 일들이 벌어졌다. 그런데 내가 뭐라고 시작했나 잊어버린 것 같아 첫 번째 이야기를 찾아보았다.

----------------


휴전에서 평화? 아니면 전쟁? (1편)


7월 27일로 ‘한국전쟁’이 싸움을 멈춘 뒤, 즉 정전(停戰)된 지 70주년이다. 정말 막막한 심정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전쟁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을 두고 예전에는 ‘남침’이다 ‘북침’이다 등부터 논란이 있다가, 이제는 북 김일성이 스탈린과 모택동의 협조 또는 사주를 받아 전쟁을 일으킨 것으로 정리된 듯하다.


이른바 ‘한국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개전(開戰) 후 73년, 정전(停戰) 후 70년이 지나간다. 세계 역사에 백년전쟁(1337~1453년, 프랑스와 잉글랜드)이 있었는데, 이런 세계기록에 도전하려나 참 오래 전쟁을 하고 있다. 이 전쟁은 과연 무엇인가?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여기에 대한 생각을 몇 차례 나누어 써보려 한다.

----------------


부르는 이름부터 다양하다


이 전쟁은 부르는 명칭부터 ‘한국전쟁’, ‘육이오’, ‘6·25동란’ 등이 있다가 여기에 중국의 ‘항미원조(抗美援朝)’, KBS의 ‘1950 미중전쟁’까지 다양하다.


우선 ‘한국전쟁’이라고 부르는 가장 일반적 용어로 시작한다. 앞으로 많이 생각해 보아야 적당한 명칭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은 1861년부터 1865년까지 노예제 문제로 남부와 북부의 내전인 ‘남북전쟁’(American Civil War)이 있었고, 베트남에도 1960년부터 1975년까지 월맹·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과 월남·미국 등(한국도 참전하였다)이 싸운 전쟁(Vietnam War)이 있었다. 그들은 전쟁을 끝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전쟁 중이다.


아래는 한국전쟁을 소개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요약내용이다.


한국전쟁 韓國戰爭

6·25, 육이오, 6·25전쟁


(요약)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북위 38°선 전역에 걸쳐 북한군이 불법 남침함으로써 일어난 한반도 전쟁이다. 광복 후 한반도에는 냉전체제 속에서 남북에 별개의 정부가 수립되었다.


이 과정에서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북한이 통일을 명분으로 전면적인 남침을 개시했다. 유엔의 결의에 따른 국제사회의 개입으로 역전되던 전황은 다시 중공군의 개입으로 교착상태에 머물다가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이루어지면서 전쟁이 중지되었다.


한민족 전체에 큰 손실을 끼쳤고 이후 남북분단이 더욱 고착화하여 아직도 휴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이에 관한 책들


지금까지 한국전쟁에 관한 책이 많지만, 최근에 나온 책 몇 권을 중심으로 내용과 내 생각을 써보려 한다.

작년 5월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그들의 정책이 급격히 바뀌고, 안보환경도 너무 바뀌어서 그동안 내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는 정치 경제 등 모든 면에서 격변기에 놓여 있다. 여기서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우리는 국가존망(國家存亡)의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

------------------


1. 『1950 미중전쟁』 2021년 6월

「한국전쟁, 양강 구도의 전초전」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KBS는 1990년 한국전쟁 발발 40주년을 맞아 <다큐멘터리 한국전쟁> 10부작을 제작하였고, 이것을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라는 시각으로 특별기획 3부작 다큐멘터리 <1950 미중전쟁>을 방영(2020년)하였고, 이것을 책으로 냈다(2021년).


1990년과 2020년은 30년 시차가 있는데, 1990년 <다큐멘터리 한국전쟁> 10부작은 전 세계 아카이브에서 수집한 영상자료를 기초로 그때까지의 연구성과를 총망라한 기념비적 작품이었다. 미국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세계 100대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한다.


KBS는 2000년과 2010년에도 증보개정판 형식의 한국전쟁 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고, 2020년에 이르러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라는 시각에서 작성한 프로그램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 오판’, ‘충돌’과 ‘대치’의 세 장이다. 이 책이 나오고도 3년이 지나는 사이 문재인 정부가 끝나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오더니, ‘대치’는 남북의 선제공격과 핵무기 사용으로 악화되어 왔다.


마지막 장이 ‘대치’다. 그런데 매우 위험하다. 그다음은 무언가. 어떤 해결책이 있나? 이게 ‘평화’인가 ‘다시 전쟁‘인가? 그 후 통일이 이루어지나? 그런데 전 국토가 파괴되고 모두 죽고 난 후의 일이라면?

-----------------


2. 『THE KOREAN WAR 리지웨이의 한국전쟁』 2023년 6월

매슈 B. 리지웨이 지음, 박권영 옮김, 플래닛미디어,


한국전쟁에서 1951년 맥아더를 이어 유엔군 사령관이 된 리지웨이가 1967년 <THE KOREAN WAR>를 썼는데 이 책의 한국어 번역본 <리지웨이의 한국전쟁>이 올 6월에 나왔다.


그러니까 원본은 56년 전인데, 이제야 우리말로 번역이 되었다니---(한심하고, 비참하고---)


매슈 B. 리지웨이 장군은 철모를 쓴 전투복에다 늘 수류탄을 달고 다녔다. 이런 습관 때문에 올드 아이언 티츠(Old Iron Tits: 늙은 강철 유방)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한다.


트루만과 맥아더가 중국에 대한 공격, 원자탄 사용 등에 이견을 보이다가 트루만이 맥아더를 해임하였다. 맥아더가 미 의회에서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했다. 리지웨이는 책에서 맥아더를 늘 존경했다고 한다. 그는 책에서 한국군의 작전능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해 놓았다.


이 책에 대해 방종관이 쓴 추천글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많다.”는 표현이 가슴에 닿는다.

--------------------


3. 『이미 시작된 전쟁』 2023년 4월

이철 지음, page2


중국 전문가 이철은 4월에 펴낸 『이미 시작된 전쟁』에 「북한은 왜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가」라는 부제를 붙였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완성하고, 이걸 남한에도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나는 북한의 핵에 대한 대항수단으로 남한도 핵무기 개발에 나서야 된다(북이 핵을 폐기 시 남도 즉시 폐기한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소개하였다. 이 글 뒤에도 붙여 두었다.


이 책의 결론에 해당하는 7장은 이렇다. ‘생존을 위한 대한민국의 선택’은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다.


한국은 전략이 없다 312

한국이 전략이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319

중국의 한국인과 한국 기업은 보호받을 수 있는가 321

최선의 길은 과연 무엇인가 325


그는 남쪽이 북을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중국 등이 양안 전쟁이나 인도-태평양 전쟁을 하려 할 때 우리는 북진 통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의 글 일부다.


‘북진을 하면 주 전쟁터가 남한이 아닌 북한 땅이 된다. 이로서 한국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양안 전쟁에 우리가 목숨 바쳐 싸우면 타이완을 지킨다. 그러나 우리가 북진을 하면 타이완도 구하고 통일을 이룬다. 그러니 왜 우리가 북진을 하지 않겠는가?’(330~331쪽)

----------------


4. 『전쟁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2023년 3월

마가렛 맥밀런 지음, 전태화 옮김, 공존


부제가 「인간이 바꾼 전쟁, 전쟁이 바꾼 역사」이다. 저자는 인류의 전쟁사를 통찰하며 전쟁이 “골치 아프고 불편한 미스터리”라고 말한다.


제10강 ‘전쟁을 알아야 전쟁에서 살아남는다’에서 일부 구절을 옮긴다.


‘우리는 전쟁을 흔하디흔한 일, 즉 인간사의 일부이자 역사와 사회 속에 항상 존재하는 폭력행위로 만들어버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전쟁은 국가가 부득이한 경우에 정당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인가? 과연 전쟁은 자랑스러워해도 될 만한 일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에 대한 생각과 연구가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아닌가?’ (465쪽)

-------------------


여기에 다음 책을 추가한다. 앞으로 책들을 비교 분석하려는 것이다.


5. 『와다 하루키의 한국전쟁 전사』 2023년 7월

와다 하루키 지음, 남상구·조윤수 옮김, 청아출판사


새로 만난 책이다. 올해 7월 27일(한국전쟁 종전일)에 1995년, 2002년 출간본을 개정한 일본학자 『와다 하루키의 한국전쟁 전사』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 〈제8장 한국전쟁 후 동북아시아〉을 중요하게 여긴다.

주요 내용이다.

-------------------


한반도의 남과 북


북한도, 남한도 통일을 위해 전쟁을 했으나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거의 원래의 분할선인 38선 부근에서 전쟁이 중단됐다. 군사분계선은 서부에서는 38선 아래로 내려가 개성 지구, 옹진반도 등이 북측에 포함됐다. 동부에서는 38선 위로 올라가 철원군의 남쪽 반,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 등이 남측에 들어갔다. 잃은 것과 얻은 것은 거의 같다고 해도 좋다.(601쪽)


사망자 수는 정확히 모른다. 남북 합해서 300만~40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1931년 만주 침략부터 1945년 패전까지 발생한 일본의 사망자 수 300만 명을 넘는 수치다. 1949년 6월 1일 남북의 총인구가 2,865만 명이었으니, 사망자는 10%가 넘는다. 전사자와 폭격으로 사망한 사람 외에 학살당한 사람도 많았다. 통치자나 점령자가 철수할 때, 북쪽이든 남쪽이든 감옥 안에는 처형된 죄수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적의를 갖고 마을 사람 전체를 살해한 사례도 있었다.(602쪽)

------------------


미국


한국전쟁은 한반도 사람들에게만 일대 분수령을 이룬 것이 아니라 미국 국민에게도 일대 분수령이었다. 충돌은 미국의 대외 정책, 국가안전보장정책, 군사정책, 그리고 국내 정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604쪽)

한국전쟁 과정에서 미국의 군사비는 전쟁 전 GNP 6% 규모에서 1953년 18% 규모로 증가했다.(605쪽)

한국전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나지 않은 최초의 전쟁이었다. 공산주의자와 싸운 전쟁임은 분명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의 한국을 보면, 이것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이었다고 설명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이 전쟁이 가져온 거대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쟁 자체는 “잊혀진 전쟁 a forgotten war”이 된 것이다. 워싱턴 링컨 기념당 앞에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Freedom is not free”라고 새겨진 한국전쟁 기념비가 세워진 것은 한국이 민주화된 1995년으로, 베트남전 전사자 기념비가 세워진 것보다 늦다.(607쪽)

------------------


소련


미국이 한국전쟁을 계기로 공공연히 대전환을 이루었다면, 소련의 변화는 은밀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미국의 대전환에 필적하는 변화였다.(607쪽)


한국전쟁은 말 그대로 스탈린의 전쟁이었다. 스탈린은 크렘린 안에서 한국전쟁 총감독을 맡았다. 그의 지휘하에 소련은 북한군과 중국군에게 대금 지불은 일정 기간 뒤로 미룬 채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는 후방 기지, 병기 생산 공장이 됐다. 게다가 소련 공군은 한반도 상공에서 직접 미국 공군과 전쟁을 했다. 하늘의 전쟁은 전무후무한 미소의 전쟁이었다.(609쪽)

-------------------


중국


미국과 중국의 전쟁은 양국의 “군사, 정치, 경제, 외교의 전면적 힘겨루기”였는데, 무승부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막 탄생한 중화인민공화국에는 희생이 큰 전쟁이었지만, 미국과 대등하게 싸운 혁명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완전한 위상을 확립했다.(611쪽)


한국전쟁 발발과 동시에 미국이 타이완해협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결과, 중국은 타이완을 무력으로 해방시키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612쪽)

-------------------


타이완


타이완의 중화민국은 한국전쟁 과정에서 미국의 군사적 개입으로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위상을 확립할 수 있었다. 장제스 정권은 자신의 군대를 한반도에 파견하겠다고 여러 차례 제의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612쪽)

-------------------


일본


한국전쟁으로 큰 이익을 본 또 다른 나라는 일본이었다. 일본의 정치 체제와 경제의 기초는 이 전쟁 속에서 만들어졌다. 패전 후 일본 국민의 반전, 반군 감정은 강했고, 헌법 9조 규정과는 친화적이었다.(613쪽)


일본 국민은 한국전쟁을 강 건너 불로 여겼지만, 이 전쟁은 일본 경제 재건에는 큰 의미를 갖는 특수를 안겨 주었다. 한국전쟁은 이후 일본의 비군사적 고도 경제성장의 토대가 됐다. 주관적으로는 비군사적 발전이지만, 객관적으로는 전쟁을 이용한 발전이었다.(614쪽)

-------------------


앞으로 전쟁은 없어야 한다


와다 하루키의 책은 1945년부터 1953년의 한국에 대해 제3자적 시각에서 쓴 책이다. 앞서 소개된 책들은 직접 전쟁을 겪거나 참가한 한국(KBS, 이철 등), 미국(리지웨이)의 시각이라면, 이를 옆에서 지켜본 일본인의 시각이기에 의미가 크다.


지금껏 70년째 이어진 어정쩡한 상태, 즉 정전(停戰)은 바뀌어야 한다. 이게 종전(終戰)이 아니라면 어디로 가려나? 다시 전쟁하자는 말 아닌가.


이제 평화로 가야 한다. 자주국방을 완비하고, 북한의 핵 포기를 설득하고, 북한에 대해 인도적 지원과 개발협력을 하면서 새로 남북관계, 동아시아를 만들자. 베트남, 우크라이나를 도우면서 수천년 역사와 전통을 같이 한 동족은 모른척할 수 있나? 물론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 재원으로 전용되지 않게 하는 건 당연하다.


올해는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이 두드러진 해라고 한다. 유라시아 대륙 서쪽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구온도를 높이고 있는 게 분명하다.


동아시아에서 중국·대만의 분쟁 해결과 남·북 평화체제가 지구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치도록 우리가 앞장서자. 우리는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이것이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정신이다.


(9편 계속 예정입니다)


(앞표지)


(뒤표지)

이전 07화휴전에서 평화? 아니면 전쟁? (7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