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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Oct 23. 2023

용담꽃을 만났다

영남알프스 천황산(1189미터)에서 그를 만났다

사람들 오르내리는 계단 옆에 숨은

서너 송이 외로운 천황산 용담꽃을 만났다

볼품이 너무 시시해서 내가 슬펐다

남들 겨울 준비 시작하는 10월인데

그는 게릴라가 비트 파고 숨듯이 웅크리고 있었다     


어제 찍은 사진이 너무 사소해서 좀 그랬다

찾아보니 조선일보에 실린 사진이 있었다      

좀 거시기를 커버하려고 그걸 뒤에 함께 실었다


어느 시인이 꽃말 하나 지었는데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여기에 목적어가 없어서 슬펐더랬다  

너를, 나를, 우리를 어쩌고를 넣어보다가 세상을 넣었다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세상을’ 사랑한다’로      

슬플 때 세상을 그걸 사랑해 줄 꽃 하나는 있어야 되기 때문이다   


소리를 본다고 들었다

관음초(觀音草)라나

듣지 않고 본다니까 영험하다

역사의 소리를 느끼고, 억새풀 민초(民草) 한탄도 들어주는 영초(靈草)     

 

먹으면 위나 간에 좋아 웅담에 빗대어 용담(龍膽)이라고 이름 지었다던가

전에 영남알프스 불평원에서는 무리를 만나 외롭지는 않았는데

이번 천황산에서 만난 게 그의 원래인가


어제는 세상에 하나뿐인 천(天)과 황(皇)의 용담꽃을 만났다        


* 위는 내가 찍은 사진(2023년 10월 22일), 아래는 조선일보의 [김민철의 꽃이야기] 용담, 혜곡 최순우가 사랑한 산꽃<194회> 2023년 9월 19일에서 빌렸다, 설명문도 함께.            


(용담. 꽃잎이 펼쳐지며 진한 보라색으로 피는 꽃이다. 뿌리를 약으로 쓴다.)          


(용담. 가을에 다섯 갈래로 갈라지며 진한 보라색으로 피는 야생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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