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종주를 마치고

드디어 낙동정맥 종주를 마쳤습니다

2018년 7월 21일부터 2023년 11월 18일까지

태백산 삼수령부터 부산 몰운대까지 420km

그동안 5년이 훌쩍 지나갔더군요

중간에 코로나팬데믹으로 1년 반은 가지 못했는데

총 34구간의 낙동정맥 산행

백두대간이 고속도로, 탄탄대로라면 낙동정맥은 길이 제대로 없었습니다

등산로가 없고 이정표도 뜸하고 종일 사람 만나기도 어렵고

그러다 보니 매번 알바를 조금씩 했고요

이나저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거나

정해진 날짜에 산에 가는 건

참으로 정결한 약속이었습니다

나와 하늘 땅과의 약속  

그동안 해가 바뀌고 달이 가고

제 머리색깔도 바뀌어있더라고요

검은 머리가 파뿌리, 아니 반백(半白) 되었으니

끝이 좀 슬펐습니다

구름 모두 가라앉는 몰운대(沒雲臺)의 낮과 밤이 마지막

제가 걸었던 공간이라야 지구 위에 작은 선 그어 

전설과 설화로 역사의 뒤안길에다가 좀---

제가 남긴 흔적이 있걸랑 모두 지워지면 좋겠네요

끝나면 기억도 다 없음으로 영원히 무(無)로 

돌아가는 게 좋다는 주의니까요

어떤 분들은 기록, 사진을 잘 남기던데

저는 사진도 기록도 잘 남기지 않고

지나면 그만이고 떠난 건 미련이라며 그냥

안개꽃 흩뜨리듯 갈무리 없는 나태함 

달이 구름 타고 가도 흔적 없듯이 

그래도 지나니까 좀 안타까운 건

시간이 그리 빨리 지나가버렸나 생각에   

그저 한동안 둥근 공 표면을 헤매었고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공을 가리키며, 지공(指空)선사 씀 

20231121 새벽

(다시 해는 뜨는데)

돌아갈 수 있을까

지나간 시간으로

                                              

                                          

                                                 (해를 받들다)

                                                 그래도

                                                  해는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