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한 말

by 신윤수

말(言)은 페가수스*의 날개를 달았다

시 합평회 뒤풀이에서 못다 한 말들이 뱅뱅 방을 난다


새내기 지망생이 불평했다

요즘 시는 너무 어려워요

중학생이 봐도 대강 알게 써야지요

시인은 자기들만의 리그를 벌이나 봐요


- 그러니까 시집 안 팔리지


흔내기 시인이 말했다

시인이 보는 눈은 달라요

어려우면 안 읽으면 돼요

인터넷 스마트폰 시대에 시(詩)는 어차피 사양산업이어요


- 너도 있어봐라, 쉽게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말은 혀를 가졌다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맛보려는

남을 허물지 못한 말은 독을 품은 무서운 혀를 가졌다


말은 날아가려는 꿈을 가졌다

내일을 기다리며, 두고 보자고


*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날개 달린 천마(天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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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돌, 2017년에 쓴 글을 조금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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