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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한돌별곡

올해 사자성어는 ‘어처구니’로 하자

by 신윤수

작년 12월에 대학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가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무언가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라는 뜻이라나. 내가 심오한 뜻을 잘 모르지만, 올해는 그냥 둘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도 교수님들이 어려운 한자로 사자성어를 뽑을 것 같아 미리 하나 제안한다. ‘어처구니’다. 얼핏 ‘어처구니’는 순수한 우리말, 고유어(?)로 보인다. 사전을 찾아보았다. ‘어처구니’나 유사어 ‘어이’는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을 말한다는데(?),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다음 사전』은 ‘어처구니’는 〈‘없다’와 함께 쓰여, 뜻밖이거나 한심해서 기가 막힘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도사리와 말모이, 우리말의 모든 것』에는 〈상상 밖에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물건〉이라고 되어 있다. 이런 정의가 내게 잘 닿지 않았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이런 설명이 있었다. 한번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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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의 어원(語源)에 2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1. 액(厄)을 막기 위하여 지붕 처마 끝에 동물 등 흙으로 토우(土偶)를 만드는데, 이게 물고기 등 모양이라 이걸 물고기 등뼈, ‘어척군(魚脊群)’이라고 했다나.


2. 곡식을 가는 ‘맷돌의 손잡이’를 가리킨다. 그 유래는 잘 모르겠다나. 나는 전에 이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어처구니’의 설명이 좀 어이없다. 어쨌든 어처구니가 없으면 액막이가 어렵고, 제대로 맷돌을 돌리지 못한다. 즉 제대로 무언가 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올 한 해가 너무 ‘어이’ 없고, ‘어처구니’ 없어(이걸 다른 말로 황당해서) 한글로 느껴지는 사자성어 ‘어처구니’를 사자성어로 추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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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어처구니없게 하는 것들 (2023년 12월)


한 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무척 많았는데, 기억나는 대로 써 본다. 가급적 최근에 일어난 일을 먼저 쓴다.


1. 인구절벽이 흑사병보다 심각해서 대한민국이 소멸한다---합계출산율 한국 0.7명, 북한은 1.8명으로, 군대를 유지 못하면 북한에 남침 기회를 준다--- (NYT 보도)


- 남녀징병제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의 합계출산율은 3.01명, OECD국가 중 1위다. 여성도 현역에 복무하지만, 임산부는 현역복무를 제외하는 정책이다.


2. 불교는 살생을 금지하는 종교다(나도 불자다). 절집을 불태우고 자살한 것을 ‘입적(入寂)’이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이다 하고, 훈장도 준다---, 자살은 허용되나? 예전에 등신불(等身佛)이라나 어쩌고 가 있긴 했는데---


- 누가 거기 조문 간 것은 종교니까 그렇다 치고(그는 이태원 참사, 오송 사고나 최근 소방관 죽음에는 가지 않았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로 매년 1만 3천여명이 자살하는 나라에서 자살한 사람한테 훈장이라니?


3. 엑스포 119 : 29인데, 이게 박빙(薄氷)?---(기네스북에 오를 패배 아니고)


- 부산엑스포가 사우디와 박빙, 지구를 495바퀴 돌았고 6천억원을 썼는데---, 대통령이 세계 90개국 정상과 만났다나---, 한국을 빼면 28개국이니 한 표에 200억원을 넘는데---,어쩌자고 전날까지 아슬아슬하다며 최후까지 전화를 돌린다더니(나는 그날 괜히 잠만 설쳤다)---, 이 일에는 기막혀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4. 2024년 예산에서 국가의 백년대계인 R&D예산은 날리고, 겨우 1년 6개월 복무하는 병사 봉급을 165만원 준다나---


- 나도 군대 다시 받아주라, 내가 장교로 복무하던 80년대보다 지금 사병이 봉급도 좋고 처우도 좋아졌다---그래서 장교 부사관 지원을 하지 않아 군대가 난린데---


5. 2018년 9.19. 군사합의를 폐기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전쟁하려나?


- 정찰위성을 북한에 이어 남한도 쏘았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정에 어긋나고, 우리는 괜찮은 모양? ‘내로남불’ 아닌가--- 그런데 왜 우리 발사체 「누리호」를 쓰지 않고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쓰지? (미제가 좋아서?)---그런데 이런 정찰위성을 KBS가 100% 국산이라고 보도했는데 이게 맞는 말?


6. 징계 공무원은 사표를 받아주지 않는데(국가공무원법), 국회가 탄핵 절차에 들어가고나서 이동관 사표를 받아줄 수 있나?---(이 부분은 근거 법령을 첨부한다)


국가공무원법

제78조의4(퇴직을 희망하는 공무원의 징계사유 확인 및 퇴직 제한 등)

①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는 공무원이 퇴직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제78조제1항에 따른 징계사유가 있는지 및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감사원과 검찰ㆍ경찰 등 조사 및 수사기관(이하 이 조에서 “조사 및 수사기관”이라 한다)의 장에게 확인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확인 결과 퇴직을 희망하는 공무원이 파면, 해임, 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사유가 있거나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제1호ㆍ제3호 및 제4호의 경우에는 해당 공무원이 파면ㆍ해임ㆍ강등 또는 정직의 징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정한다) 제78조제4항에 따른 소속 장관 등은 지체 없이 징계의결등을 요구하여야 하고, 퇴직을 허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 이런 경우, 국회 동의(인사청문 보고서) 없이 임명 후 국회가 탄핵에 나서면 사표를 내고, 다른 곳에 취업할 수 있다. 이런 엉터리가 있나!


7. 세금이 안 걷혀 난리(60조원이 부족하다던가), 부자만 내는 종부세를 후퇴시켜 작년 119.5만명에서 41.2만명으로, 세금 1조 8백억원을 덜 걷는다니---


- 나도 작년에 냈다가 올해 내지 않으니 (쬐끔) 좋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다.


8. 2010년 코로나19 시작 무렵, 주가지수가 일본이 35,000대, 우리는 3,500대이었는데(우리 지수에 대충 10을 곱하면 일본 지수) 지금은 일본은 33,000대, 우리는 2,500대니까, 일본은 얼추 제 자리 우리 증시는 30% 정도 날아가 버렸다, 왜 그럴까?


- 미국과 일본에 친해지고 중국, 러시아를 배척하다 보니 수출주도형 경제에서 그만큼 주가가 빠질 수밖에. 2달째 무역흑자는 수출보다 수입이 줄어서인데, 이거 난리다.


9. 우리 경제가 세계 10위에서 13위로 떨어졌는데, 왜 언론이 ‘10위권’이라고---


- 13위를 반내림하면 10위권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신줄 놓다가 일본처럼 30년 불황이 온다.


이런 것 외에 우리는 올해 많은 어처구니를 잃었다. 새해 2024년에는 집 나간 어처구니를 찾아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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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는 어처구니를 찾자


경구(驚句) 하나 적는다. ‘새로운 시간 속에는 새로운 마음을 담아야 한다’ (아우구스티누스).


내년(2024년)을 집 나간 어처구니를 찾는 해로 만들자. 올 한 해 살다 보니 나도 어리벙벙해져 있는데, 새해에 제대로 정신을 찾아야겠다.


4월 10일 구케우원(국회의원) 선거는 어쩐다? 거기서 어처구니를 찾을 수 있을까? 벌써부터 여기저기 난리던데 어이 있게 될 수 있을까?


(한돌 생각) 새해는 ‘어처구니’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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