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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Jan 16. 2024

시(詩)인지 무언지 써보려오

백수 새로 날다 1

푸른 龍의 해에 새삼 글을 써보아야겠소

시(詩)인지 시(時)인지 몰라도 ‘백수 새로 날다’가 어떻소


돌이켜보니 40년 전에 청룡부대(해병대)에서 제대했소만

그 기억이 아직 삼삼하고     

나 한돌 백수건달이고, 지공(地空)대사나 지공(知空)선사라오

왜 모든 동물, 날짐승과 길짐승 합해서 백수라 하지 않소

그들의 왕(王)노릇이라면 어떻소

그런데 여기 왕은 우두머리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남 도우며 산다오


지금 하얀 눈 쌓인 앞산 관망대에 서 있다오     


먼저 3년 전에 써둔 글 베껴내오(해병대 임관 40년 기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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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40


지금껏 살아낸 시간 돌이켜보니

삼삼한 게 어릴 적 고향, 무심천(無心川)이라오

거기에 비가 오면, 맘에도 비가 내리고

눈이 오면, 추억 속에다 눈사람을 만든다오     


세상사 유혹이나 미련을 넘는 나이를 불혹(不惑)이라던가

그게 40살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너무 많이 살았나보오

어릴 적에는 40넘어 나이 많은 아저씨, 아줌씨들 보면 어떻게 저리 오래 살지

참 신기하다 했었다오, 그러다가      


해병대 장교로 40개월 전방근무 후 제대하고 40년 넘게 살아남을 줄은 몰랐다오

숫자는 그저 그런 거라 하지만 다른 나이 20살도 생각났소이다

예전 해병대 장교 임관 무렵처럼 20대를 살다 간 남이(南怡) 장군을 떠올렸다오

평생 백두산에 3번 올라갔는데 그때마다 그의 시를 생각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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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정(北征) / 남이


백두산석마도진(白頭山石磨刀盡)

- 백두산 돌에 칼을 갈고 갈아     


두만강수음마무(豆滿江水飮馬無)

- 말에게 두만강 맑은 물을 먹여     


남아이십미평국(男兒二十未平國)

- 사나이 스무 살에도 나라를 평정하지 못하면     


후세수칭대장부(後世誰稱大丈夫)

- 훗날 누구 있어 나에게 대장부라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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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장군은 외가 쪽 할아버지라오. 스물여섯 나이에 병조판서가 되고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는데 성격이 너무 올곧아 몇 년 후 모함받아 죽었다오


‘남아이십미평국’의 미평국(未平國)을 누가 미정국(未征國) 또는 미득국(未得國)이라고 고쳐 고변했다고 합니다

그럼 이건 난리 진압이 아니라, 나라를 차지하려는 역적질이 되는 거라오      


이나저나 전에 써둔 시 한 수 소개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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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적(義賊)을 위하여 / 한돌     


큰 도둑은 하늘이 낸다든가. 나라를 훔치고 내일을 훔치는 큰 도둑

성즉군왕이요 패즉역적이라는데 의적 한번 되어볼까

만물을 곱게 아름답게 여무는 비와 눈이 되어버릴까

길동이 꺽정이 길산이처럼 나 한돌은 의적이다

그러니까 남 해치지 않는다니까  


(『연주대 너머』 128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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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도 40년 전 계급장은 내가 아닌 나라 위한 것이 분명하오     


(2021.7.23. 새벽)


* 해병대장교 66기 동기회 단톡방에서


* 해병대장교 66기 동기회 단톡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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