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윤수 Jan 17. 2024

푸른 시민과 기본소득 (맺는글)

1. 들어가는 글     


2021년 7월에 발간한 『푸른 정치와 시민기본소득』의 뒷부분, 〈시민기본소득〉을 다시  써보자고 시작한 글인데 그리 멀리 가지 못했다. 그동안 새롭게 제기된 이론은 별로 없어 보였고,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관심이 줄어든 까닭이리라.      


원래 필자 스스로 ‘기본소득’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곰곰이 살펴보다가 ‘시민기본소득’을 창안하였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서 권리와 의무를 가진 시민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그 보상으로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당초에 책을 쓴 2021년은 대선을 앞둔 시점이고, 대선후보들이 대개 기본시리즈를 주장하는 바람에 기본소득은 유행어가 되었다. 당시에는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도 기본소득을 정강에 넣어두고 있어 양당의 공약이 일치된 주제였다.     


그러나 2022년 3월 9일 대선이 끝나고 기본소득은 수면 아래로 잠수해 버렸다. 아마 기본소득을 더 강하게 주장하던 이재명 후보가 낙선한 영향이 있을 것이다. 

----------------     


2. 기본소득이 무엇일까     


기본소득은 basic income 또는 보편소득 universal income 등으로 쓴다. 애초에 토마스모어의 유토피아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이걸 기본복지, 기초보장, 사회안전망 등으로 불러도 별 차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래서 알기가 쉽지 않다.     


먼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생계가 곤란한 저소득층(생계급여는 중위소득의 32%)에게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을 지급하는 기초적 사회안전망이다.      


다음으로 기본소득의 성격을 지닌 아동수당, 양육수당과 노인연금이 있다.     


아동수당은 8세 미만 아동에게 매월 10만원을 지급한다. 이 수당은 2018년 도입시에는 소득 하위 90%만 주는 바람에 복잡한 행정부담을 주기도 했다.     


부모급여가 있다. 0~23개월 영아의 출산 및 양육으로 손실되는 소득보전을 해 주기 위한 것인데, 올해 만0세는 100만원, 만1세는 50만원이다.      


(가정)양육수당이 있다. 정부 지원금을 받는 기관(어린이집, 유치원 등)을 이용하지 않는 영유아에게 만2세이후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아동 1인당 10만원이라고 한다.     


(노인)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하위 70%에 지급하는 연금이다. 올해 1인 33만4810원(부부 53만 5680원)이라던가.     


한정된 재원을 배분하기 위해 소득·재산을 따지다보니까 제도가 복잡할 수밖에 없지만, 신청하지 않으면 제대로 받지 못한다. 그런데 제도가 알기 쉽지 않고, 매년 제도가 바뀐다. 이걸 모두 고르게(1인당 얼마씩) 나누는 방법은 없을까?      


<2024년 예산안>     


당초 예산안 656.9조원에서 복지(보건복지고용) 예산이 242.9조원이다(37.0%). 이것을 국민 5,155만명에게 고루 나누면 1인당 471만원이 돌아간다(매월 39만원이다).      


문재인 정부 2020년에는 약 185조원으로 전체 약 531조원의 34.9%이었고, 박근혜 정부인 2016년에는 약 124조원으로 전체 약 396조원의 31.1%였으니 규모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     


나라에 돈이 없는게 아니라 있는 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이런 복지 문제에 대해, 꼭 기본소득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차례로 소개한다. 

----------------     


3. 프리드먼은 왜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자고 했을까     

프란시스 코폴라, 미래를소유한사람들, 2020 


책의 원제목은 「모두를 위한 양적 완화 옹호론, The Case For People’s Quantitative Easing」이다.     


저자는 ‘우리에게는 헬리콥터 모니, 혹은 재정적자 자금조달과 투자채권 매입의 ‘모두‘를 위한 양적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책 표지글을 옮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은 수조 달러에 달하는 새로운 돈을 창조하여 금융시장에 퍼부었다. 이러한 양적 완화(QE)는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고 경제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돈은 서민들에게 가지 않았다그 돈은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부자들에게 갔다. 그것은 대기업과 무분별한 대출로 위기를 야기했던 바로 그 은행들에게로 갔다. 그 결과로 경기회복이 아니라 10년에 걸친 경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양적 완화는  실패했다.     


이 책에서 프란시스 코폴라는 모두를 위한 양적 완화를 옹호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양적 완화에서는 돈이 직접 서민과 중소기업으로 갈 것이다. 저자는 그것이 위기로 타격받은 경제를 회복하고, 고령화, 자동화, 기후 변화의 장기적 위협을 대처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책의 원문 몇 구절이다.     


불평등을 악화시켜 가난한 이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정책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줄이면서 부자의 자산 가격을 불리는 식으로 경제 번영을 회복할 수 없다. 서구 사회에서 이런 식으로 10년이 흐른 뒤에 정부의 문을 괭이를 갖고 공격하는 군중의 무리가 없다면 그게 놀랄 일이다.(175쪽)     


‘모두’를 위한 양적 완화는 세계가 인류를 위협하는 세 가지 심각한 도전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인류는 세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 고령화 문제, 일의 성격 변화(자동화의 위협), 기후 변화. (180쪽)   

-----------     


4. 버니 샌더스우리의 혁명

* 버니 샌더스 자서전, 원더박스, 2017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는 2016년과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였지만, 힐러리 클린턴과 조 바이든에게 패배하여 민주당 후보로 지명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을 한 단계 진보시킨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 50개 주 중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와이오밍 주(59만명) 다음인 버몬트 주(63만명)에서 벌링턴 시장 4선, 연방의원 8선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민주사회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책의 원문 몇 구절이다.      


‘수많은 미국 노인이 돈이 없어 필요한 약을 구입하지 못하는 이때 상위 1퍼센트 중에서도 위에서부터 10분의 1이 하위 90퍼센트가 소유한 부와 맞먹는 부를 소유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인가? 세계 주요국 중 미국의 어린이 빈곤율이 가장 높을 때 최고 부자 20명이 하위 50퍼센트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는 것이 도덕적인가?’ (138쪽)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 서서 큰소리로 분명하게 외친다. “더는 못 참겠다. 이 나라, 이 위대한 나라의 정부는 모든 사람의 것이다. 한줌도 안 되는 억만장자, 억만장자가 만든 슈퍼팩, 억만장자가 고용한 로비스트의 것이 아니다.” (180쪽)      


현재 최상위 1퍼센트가 하위 90퍼센트와 엇비슷한 부를 소유하고 있다. 또 새로 발생한 소득의 99퍼센트를 최상위 1퍼센트가 독차지하고 있다. ---최근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미국인이 저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현실, 아동빈곤율이 세계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다는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의 어느 일가족은 하위 1억 3천만명이 소유한 것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182쪽)     


현재 미국에서는 전체 어린이의 20퍼센트가량을 포함해 4300만명 이상이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가 극빈층에 속한다. 2800만명에 가까운 미국인들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매년 수천명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다. 수많은 똑똑한 젊은이가 대학에 갈 형편이 안되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고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수백만명의 노인과 수많은 상이용사가 턱없이 부족한 사회보장연금을 받으며 근근이 살아간다. (322쪽)     


지난 40년간 월스트리트의 은행들과 높은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들, 억만장자들은 부와 소득이 미국의 부유층과 권력층에 재분배되도록 세법을 조작했다.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심각한 시대에 대기업들이 줄줄이 연방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고, 많은 최고경영자들이 자신들의 비서보다도 낮은 실효세율을 즐기고 있는 상황을 뒤바꾸기 위해 우리는 지불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누진소득세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406쪽)

-----------         


그는 부와 소득의 불평등 문제, 가난하고 불쌍한 계층을 행복하게 만들자고 주장한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사회적 약자, 즉 노인, 장애인, 퇴역군인, 북미 원주민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의 민주사회주의는 필자의 기본소득과 상충되지는 않는 것 같다.

------------     


5.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브랫 지음, 어크로스, 2018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표를 얻기위한 포퓰리즘이 가득차다. 몇 개만 이야기한다.      


- 재정을 상반기에 65% 집행한다는데, 그러면 하반기는 35%인데. 하반기는 어쩌려고? 이게 바로 원숭이를 달래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아닌가.     


- 건강보험료를 인하해 준다더니, 어제는 91개 부담금이라나 24조원 준조세를 63년 만에 대수술한단다. 언제 하려나? 지금이 총선 80일 전인데 말이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다시 보았다. 이 책은 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를 경고한다. 책 표지의 글을 옮긴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투표장에서 붕괴한다. 극단주의 포퓰리스트는 어떤 조건에서 선출되는가? 선출된 독재자는 어떻게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전복하는가?     


- 기성 정당과 정치인들이 포퓰리스트와 손잡는다.

- 정치인들이 경쟁자에게 반국가세력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이 음모론을 제기하여 결과에 불복한다.

- 대통령이 의회를 우회하여 행정명령을 남발한다.

- 의회가 예산권을 빌미로 행정부를 혼란에 빠뜨리거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탄핵을 추진한다.

- 정부가 국가기관을 여당 인사로 채우고 명예훼손 소송으로 비판적인 언론의 입을 막는다.       


민주주의를 되살리려면 무얼 어떻게 해야 하나. 목전의 표심을 잡자며 아무말대잔치를 해놓고는, 4월 10일이 지나면 모두 모르쇠라 할 이야기가 난무하는데 말이다.

----------------     


6. 어쩌다 대한민국은 불평등 공화국이 되었나?

* 김윤태, 간디서원, 2023년 5월 30일      


책의 부제가「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는 설계도」이다. 저자는 ‘세계최고수준 한국의 불평등, 무엇을 할 것인가?’에 고민한다고 한다.     


책표지의 글을 옮긴다.     


‘한국의 불평등, 그 원인과 해법을 찾는다.     


대한민국은 현재 소득 상위 1%가 전체 국민소득의 14.7%를 차지하며 상위 10%는 46.5%를 차지한다. 또 상위 10% 소득이 하위 50% 소득의 14배에 이르며, 세계 최저의 출산율 및 산업재해 사고 사망률도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을 정도로 불평등 공화국이다. 그러면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왜 불평등한 사회로 전락했을까? 또 이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불평등에 맞서는 21세기 새로운 방향을 포용적 사회제도에서 찾고 있다. 포용적 사회제도는 무엇보다도 규제완화, 부자 감세, 사유화, 자유화를 맹신하는 자유시장 만능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누진세 강화와 보편적 사회보험 확대, 공공부조와 노인기초연금 인상 및 청년수당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공공정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정’의 가치를 추구하고, 개인의 ‘역량 강화’와 ‘사회적 자유’의 확대를 원칙으로 하는 제도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     


7. 복지국가행복한 나라     


필자는 소득과 재산의 불평등을 시정하고 모두가 행복한 나라로 바꾸고 싶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나? 서로 방향이나 의견이 다를 텐데. 그렇다면 우리가 동의한 헌법정신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1987년 헌법에는 ‘행복’이라는 용어가 있고, 행복추구권과 헌법에 열거되어 있지 않은 권리를 국가가 보장한다고 선언한다.     


‘행복’은 헌법 전문과 제10조에 나와 있고, 제34조에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국가의 사회복지 및 사회보장 의무를 선언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헌법 전문(前文)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34조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③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④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⑤신체장애자 및 질병ㆍ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⑥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로는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뿐 아니라 사회주의, 복지주의도 모두 개인의 행복과 기본적 인권에 대한 인류의 염원이다. 용어에 차이가 있나. 동일사안을 서로 다른 쪽에서 보는 현상 아닐까.

---------------     


8. 글을 마치며     


먼저 ‘푸른 시민’을 상기한다. ‘푸른 시민’은 국가와 사회를 위한 납세와 국방의무를 다해야 한다. 국가는 시민에게 소득·재산을 따지지 않고 일정한 돈을 지급한다. 이것을 ‘시민기본소득’(citizen’s basic income)이라고 부른다.     


누구나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납부한다. 기본과세(basic tax)다.      


대한민국 국민, 즉 남성과 여성은 이스라엘이나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처럼 나라를 지키는 병역의무를 이행한다. 다만 임산부는 현역복무에서 면제한다.      


대한민국에 합법적으로 5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은 시민으로 취급한다.       


국민과 외국인이 ‘푸른 시민’이며, 국가는 이들에게 ‘시민기본소득’을 지급한다. 

------------------     


* 2024년 1월 24일 새 브런치북 『한돌과 푸른 이데올로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전 11화 저출산, 국가소멸과 관련된 과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