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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Feb 16. 2024

수수꽃다리 꽃이 피면

백수 새로 날다 3

수요일(20240214) 사당역에서 관악산 둘레길을 걷다가 서울대학교 캠퍼스 안으로 실종되었습니다 어디더라 낯익은 곳에 갔더랬습니다 지나치는 여학생 점퍼에 ‘SNU college of fine art’라고 붙어 있습니다 ‘fine art’가 뭐더라 생각하다가 어떤 나무에 다가갔습니다 ‘수수꽃다리’ ‘수수-꽃-다리’     


갑자기 시비지심이 들었습니다 시빗거리를 붙잡고      

수수꽃다리? 가능한 용어를 조합해 보았습니다 멍 때리며---     


1. 수수한(소박한) 꽃의 어떤 부분     


2. 곡식인 수수의 꽃의 부분, 꽃잎 / 껍질     


3. 수수한 꽃다리     


3번째 ‘꽃다리’는 어릴 적 살던 청주 무심천에 있던 다리입니다  화교(花橋), flower bridge지요 새로 넓고 큰 다리를 놓았는데 예전 쓰던 다리를 부수지 않고 꽃과 나무를 심어 놓아 ‘꽃다리’, 아직도 남아 있는 모양. 옛날 이름은 청남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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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학명을 씁시다     


서울대에서 붙여둔 팻말이 있었습니다 영어는 라일락(lilac), 프랑스어는 리라(lilas), 물푸레나무과라고 합니다만     


물푸레나무, 수수꽃다리 어느 곳에도 한자(漢字)도 로마자도 전혀 없어 보이는데 이상하지 않나요      

그냥 우리말로 쓰면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학명: 수수꽃다리, 로마자: susuggoddari     


새벽 뉴스 보니 축구감독 클린스만이 해임되는 모양입니다 나는 늘 한국감독을 쓰자고 주장해 왔습니다 우리 것에는 우리 것을 쓰자!       


우리 축구감독에는 우리 사람! 우리꽃과 우리나무 학명에는 우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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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뒤져 보니 라일락은 외래꽃, 동유럽이 원산이고, ‘수수꽃다리’는 ‘꽃이 마치 수수꽃처럼 피어 있다’는 순우리말이고 라일락과는 다른 우리꽃 우리나무라고 합니다     

그러면 서울대 팻말이 좀 잘못되어 있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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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월에 꽃이 피고 9월에 열매가 열린다는데 그 시절 오면 반드시 다시 실종되고는  이곳에서 우리꽃 수수꽃다리를 보고야 말겠습니다      


새 봄 라일락 아니라

우리꽃 수수꽃다리가 피면

길 잃어 찾아보고

내 마음에다 수수한(소박한) 정을 들이리라     


끝내려다가

아참! 꽃말을 찾아보았습니다     


수수꽃다리 꽃말은 ‘우애’, ‘청춘’, ‘친구의 사랑’

라일락 꽃말은 ‘첫사랑’, ‘젊은날의 추억’

둘 다 이쁜 이야기들입니다 꽃 모양은 좀 다르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다른지 나무치 꽃치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인터넷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라일락 이름을 고쳐주면 어떨까요

라일락 아니라 ‘서양수수꽃다리’



(서울대학교 캠퍼스,  2024년 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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