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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Mar 05. 2024

늦겨울과 초봄 사이, 관악산 연주대 (240302)

백수 새로 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혈압도 숫자에 불과하다

아직 사랑해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았다

늦겨울 낡은 커튼을 걷고 새 봄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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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 건강검진에서 의사 선생님 말씀

“혈압↑ 좋은 세상인데 일찍 가시려 합니까”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던데요?

“요즘 약은 부작용이 거의 없어요. 안 먹고 가시려오?”      

겨울 3달 동안 일정한 시간에 혈압약을 먹으려고

원래 새벽 4시면 일어나는데, 약 먹을 시간 새벽 6시를 지키려 하다가 밤잠부터 부조화가 왔다

오후가 되면 머리가 깨질 것 같고, 눈도 심하게 아프고

이빨이 시리고, 온몸이 노곤해지고 식은땀 흐르고

나도 이렇게 끝나는구나---     


혈압이 불규칙하고, 안 떨어지는데요

“약을 바꾸어 드릴게요”

이번엔 혈압약에다가 혈전약까지 먹으라나

“심한 운동 하면 안 됩니다, 위험해요”

작은 상처라도 나면 피가 잘 안 멎는 것 같고---      


겨우내 개구리처럼 움츠리고 살았다

내 시간도 다 된 모양이다

이제 멀리 떠날 준비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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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집중하다가 이틀 동안 약을 먹었다

피곤한데 머리가 맑아지고 눈이 편해지고---     


그러다 우연히

『고혈압 치료 나는 혈압약을 믿지 않는다』는 책을 만났다

* 선재광, 전나무숲, 2011     


저자 선재광은 고혈압 전문 한의학 박사, 누구보다 건강하던 아버지가 건강 검진을 받고 의사가 혈압 160~90이니 약을 먹는 게 좋겠다 하여 2년간 약을 먹다가 등산 후 뇌출혈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부친은 혈압약을 복용하면서 어지러움과 두통을 호소했는데, 가족들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게 한이 되어 한의대에서 고혈압을 연구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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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춥다며 미끄럽다며 잘 가지 않던(못하던) 관악산 연주대에 갔다. 스틱은 배낭에 꽂아두고 4시간 여, 7부 능선부터 아이젠은 했지만. 방배동 집에서 사당역 연주대 과천향교까지 총 12킬로 좀 미끄러운데 이러다 다치면---, 좀 으슬으슬 추운데 괜찮나---, 이거 의사가 하지 말라는 심한 운동? 잘하는 건가---     


조심조심 걸었다     

그러다가 겨울을 멀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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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시샘하는 눈이 다 녹고

조금씩 푸르름이 다가온다

여기저기 봄소식이 가득하다

지금 내 맘과 몸에 새 봄을 불러들이고 있다     

지난겨울 3달이 끔찍했지만, 이 또한 삶의 한 부분이리라


의사의 고혈압 이야기는 지워버리자

건강검진을 앞으로 받지 말까!     


매일 많이 움직이고 운동하기로 맹세하였다      

- 관악산 연주대. 2024년 3월 2일 오후 5시


(늦겨울-초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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