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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Jul 02. 2022

모기의 추억, 해병대를 사랑하였다

누구나 그렇듯이 군대는 힘들지만 나중 생각해 보면 그리운 시절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훈련받을 때 모기파티로 인신공양하며 모기에 뜯기던 생각, 김포 강화지역에 근무할 때 그곳 모기들이 인삼 먹었는지 제법 쎘다는 생각이 납니다. 군대생활은 ‘자기 수련’이고, ‘높은 산 오르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브런치에 해병대 관련 글 2편을 올렸는데 후속 글을 올리라는 재촉이 제법 있어서,  해병대 파이팅!  



사관후보생과 모기님, 1981


팬티바람으로 통나무 안아 올리고 내리고

이리저리 데굴데굴 구르고

우비 입고 한참 구보하고

시궁창 나와 고약한 냄새 나는데

우리를 사랑해주던 모기님이 새롭다     


그들은 몸 전체 이쪽저쪽 슬슬 찔러대며 포식 

어차피 우리가 움직이지 못하는 물건인 걸 알고 있었다

풍성한 몸 가진 후보생은 어땠을까

외골수 사랑을 받아 더 행복했을까


 식어가고 몸 으슬으슬해지는데

호수로 솩솩 뿌리물줄기가 뱀처럼 감아 들고

여기저기서 연타석으로 빠따는 퍽퍽대고


이때다 윙윙 급강하 폭격하던 모기님들 그립다      



인삼 모기들에게


너희들 인삼발 받았는지 쎄드라

야전잠바와 판초 우의 뚫고

피부 바르는 독한 약도 모르는 척 하던

너희들 잘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너희들은 임진강 남쪽에 많겠지

그때나 이제나

이북애들 삐쩍 말라있을 테니 말이다     


모기야

제발 내년에도 살아남아야 한다

너희 없어지면 우리도 없어진단다

모기장과 에프킬라의 하소연


그때처럼 진하게 사랑받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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