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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Apr 15. 2024

꽃 지는 나무를 생각하며

오늘은 15일, 4월도 어느새 절반이 지난다

새봄이다 꽃 피었다 했는데 그새 끝물이다  

내일이 세월호 10주년인데 

되풀이되는 사건에 치여선지 그저

세월로 변해가는구나 싶다 


한 열흘 미친 듯 환하던 꽃들이 다 날려 버렸다

올해는 비바람 없어 그런지 좀 오래갔는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꽃이 열흘 가지 못한다더니

이제부터 꽃 없이 지낼 나무가 안되어 보이는데

조금씩 피고 조금씩 지면 될 것을 한꺼번에 그 난리     


꽃 떨구고 나서 잎 피워내고 

가을에는 잎에다가도 꽃물 단풍물 들였다 떨궈내야

한 해가 지나간다고

나무줄기에 나이테 하나 동심원(同心圓)을 그려야

나무의 일생이라고     


알고 보면 나도 나무처럼 살고 있지

가슴에는 동심초(同心草)를 그리면서

꽃 아니라 같은 마음 풀잎으로 한 세상, 한 해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바람에 날리는 꽃잎이여

잘 가고 나서 완전히 없어졌다가 

의연히 그저 다시 새로 

비와 눈, 구름과 안개, 해 달 별 겪으며

하루하루 보내면 여름겨울 지나 봄은 다시 올 테니     


꽃 떨구고 슬픈 나무를 생각하며

숙연한 봄날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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