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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Jun 24. 2024

‘아노크라시’에 분노한다

이제 정치학 책을 다 바꿔야 할 모양이다. 민주국가의 선거에서 다수가 된 정당들이 모여 정하는 일을 두고 독재라고 부르니 말이다. 이게 바로 선거민주주의에 대한 불복 아닌가.


요즘 독재(獨裁, autocracy)는 대통령·정부 쪽에서 하는 행정 독재와 선거에서 소수가 된 여당이 불참하는 가운데 야당들이 다수결로 정하는 것(이게 입법 독재?)으로 나누어지는 모양이다.


지금이 21세기인지 19세기인지, 이곳이 민주국가인지부터 황당한 지경이다. 정부 여당에다가 언론이라고 나서서 국회가 다수결로 정하는 사례에 대해 입법 독재라고 말하니 말이다.


이렇게 세상 돌아가는 꼴이 ‘아노미’인데, ‘아노크라시’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아노미(anomie)’는 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규범이 사라지고 가치관이 붕괴되면서 나타나는 사회적, 개인적 불안정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아노미 상태에 빠지면 삶의 가치와 목적의식을 잃고, 심한 무력감과 자포자기에 빠지며 심하면 자살까지 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아노크라시(anocracy)’는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 중간의 무질서인데, ‘半독재’ 또는 ‘半민주주의’라나. 현재 우리의 모습 아닌가!


Autocracy (독재) + Democracy (민주주의) = Anoc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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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크라시라는 책


전홍기혜가 짓고, 숨쉬는책공장에서 2022년 11월에 펴냈다.  


부제가 『미국 극우의 반란, 미국 민주주의의 탈선』이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부터 2020년 미국 대선에 대한 불복으로 발생한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점거사건 등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가 미국 워싱턴 특파원으로 있던 때의 기록이라고 한다. 인상 깊은 몇 구절을 그대로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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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 샌디에이고대학교 바바라 월터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도 미국의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거나 전쟁으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중략) 우리는 200년도 넘는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미국이 매우 위험한 상태에 진입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미국은 민주주의와 독재 국가 중간의 무질서를 의미하는 아노크라시(Anocracy) 상태다.” (이 책 178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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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한국의 트럼프?     

“윤석열: 남한의 트럼프, 북한과 긴장을 악화시킬까?”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 날, 외신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한국에서 대선 과정에 윤 대통령을 트럼프에 비유하는 주장들이 심심치 않게 나왔지만 대선 다음 날 외신에 이런 내용이 실릴 것이란 예상은 하지 못했다. 이 언론은 정치 경험 없이 대통령이 됐다, 포퓰리즘에 호소하는 데 능숙하다, 반중국 언사를 자주 사용한다, 보수언론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등을 윤 대통령과 트럼프의 유사점으로 뽑았다.

(이 책 101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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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학자 얀 베르너 뮐러는 책 『누가 포퓰리스트인가』에서 포퓰리스트 정치인애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포퓰리스트는 기득권 엘리트들을 부패하고 부도덕한 집단이라고 매도한다. 그러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이라고 강변한다. 자신을 반대하는 정치 세력은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는 反다원주의적 태도도 취한다. 포퓰리스트는 끊임없이 ‘국민’을 찾고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국민으로 보지 않는다. 이들에겐 추종 세력만이 ‘진정한 국민’일 뿐이다.     

(이 책 103쪽) 김태철“다시 읽는 명저, ‘포퓰리스트에겐 추종자만이 국민이다”, 《한국경제》, 201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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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회복운동을 벌이자


나는 독재(autocracy)에 반대하며, 요즘 발생하는 아노크라시(anocracy)에 대해 반대한다. 뭐라고 부를까? ‘민주주의 회복운동, 反독재 운동, anti-anocracy movement)을 해야 한다.


우리는 자유민주국가에 살고 있다. 자유민주시민은 독재에 분노하고, 저항해야 한다. 시민에게는 저항할 권리가 있다. 이것은 헌법상 기본권이기도 하다.


최근 며칠간 제목을 ‘입법독재’라고 쓴 엉터리 기사를 보라.


당정대 "野 단독 국회로 국민 피해…입법독재 눈 앞에"

(뉴스1, 6월 16일)     


추경호, 민주 '윤 거부권 제한' 역제안에 "여당까지 명심독재 줄 세워"

(뉴시스, 6월 20일)     


"남은 7개 상임위원장 확정해야"…"입법 독재 눈앞에"

(SBS 6월 17일)     


국회법 개정안 ‘홍수’…野 행정입법 통제법 vs 與 국회독재 방지법

(매일경제,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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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돌 생각) 나는 분노한다, 엉터리 정치와 언론에!


(아노크라시,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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