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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 Nov 21. 2022

 내 그릇을 채우는 게 먼저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갖지 못한 것에서 갈망과 부러움을 많이 느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집에 피아노가 있고, 또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친구가 부러웠다. 대학을 다닐 때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나 용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친구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결혼 전에는 집에서 혼수를 마련해주는 친구들이 좋아 보였다.

 

  취업운이 없었는지 결혼 전에는 다니는 회사마다 문제가 많아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새로운 직장을 구하느라 쉬게 되면 객지 생활을 하는 내게는 경제적으로 타격이 컸다. 그렇다고 집에서 지원받을 형편도 아니었다. 대학생이던 동생과 함께 살 때도 있었는데, 박봉인 월급으로 방세, 생활비에, 동생 용돈까지 챙겼다. 그러다 보니 ‘저축’이라는 것이 제대로 될 수가 없었다.

 

 결혼 이후는 성실한 남편 덕에 경제적으로 힘든 적은 없었다. 지극히 평범한 소수민으로 잘 살았는데, 서서히 또 다른 사람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게 되었다.


 나는 작은 아이가 6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위암 진단을 받은 후 1년간, 그리고  코로나 여파로 두 달 정도  쉰 것 말고는 계속 워킹맘으로 살고 있다.

 

 일을 하다 보니 항상 맞벌이 주부로 바쁜 삶이었고, 또 학구열이 있다 보니 일만 하지 않고 늘 공부를 같이 병행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는 지역아동센터에서 독서지도교사로 7년간 일했다. 오후 출근이라 오전에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자격증을 발급하지 않는 기관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으로도 족했다.

 

 출근 시간이 오후 1시라 오전 강좌를 마치면 점심도 못 먹고 센터로 달려갔다.  조금 시간이 남으면 빵이나  김밥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다. 오전 강좌는 그래도 다행한 일이었다.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NIE 지도사 과정을 배울 때는 야간 밖에 없었다. 저녁 6시에 퇴근해서 저녁도 못 먹고 7시 수업시간을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서둘렀다. 3시간짜리 수업을 듣고 집에 와 11시쯤, 늦은 저녁을 먹었다. 4개월을 그렇게 다녔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지만 녹다운이 될 때는 내가 왜 이렇게 사나 싶은 순간이 있기도 했다. 그때  슬그머니 다른 사람의 삶이 부럽다는 생각이 고개를 내민 것이다. 바로 나와 동갑내기인 손아래 동서의 삶이 그렇게 편해 보일 수가 없었다. 시어머님은 딸이 없고, 아들만 넷이다. 그런데 첫째 며느리만 빼고  둘째, 셋째, 넷째는 다 나이가 같은 동갑내기다. 내가 그중 셋째 며느리다.

 

 나는 하루하루 바둥거리며 사는 것 같은데,  동서는  느긋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지인들과 낮 시간에 티타임을 수시로 즐기고,  꽃꽂이를 배운다고 했다. 또 배드민턴 강사를 섭외해서 배드민턴을 배우고, 도자기 공예도 배운다고 했다.


 시동생은 잘 나가는 법인 세무사로 일하기 때문에 동서네는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다. 친정도 잘 살고, 먹고 살 걱정 하나 없는 동서가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일할 생각을 전혀 안 해도 되고, 남편이 벌어다 주는 풍족한 돈으로 애들 키우고, 취미생활 마음껏 하면서 살림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남편에 비해, 시동생은 아주 온화하고 다정다감한 사람이란 점도 큰 부러움이었다.

 

 동서와  비교하니 내 삶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을 나가라고 남편이 등을 떠민 것도 아니고, 내가 하겠다고 내 발로 걸어 나왔는데 말이다. 낮으로, 밤으로 배우러 다니는 것도 미래와 자기 계발을 위해서 오로지 내가 선택한 일이었다.


 ‘내가 이러면 안 되지. 부러워한다고 내가 그 사람이 될 수도 없고, 내 삶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서 다짐을 했다. 남의 밥그릇을 부러울 할 게 아니라 내 밥그룻 채우는 데 더 노력하자고!

 

 꽃나무도 다 자기에게 맞는 꽃을 피우듯이 사람도 그런 것이다. 사람마다 각자가 가진 나무, 피울 꽃이 다른 것이다. 내가 피울 수 있는 꽃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남의 밥그릇을 탐낼 것이 아니라, 내 밥그릇을 채우는 데 성의를 보이는 게 먼저였다.

 

작가 박웅현은 <여덟 단어>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만 가질 수 있는 무기 하나쯤 마련해 놓는 것,

거기서 인생의 승부가 갈리는 겁니다.

Be Yourself, 너 자신이 되어라.

듬성듬성할지언정 내가 선 자리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답은 바로 지금, 여기 내 인생에 있습니다.”

 

 그렇다. 남의 인생과 자꾸 비교할 것이 아니라 내 인생에 답을 찾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없으면 마련해 놓자.

 

 나는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배움에 대한 욕구도 강하고, 열정과 성실함이 있다. 그래, 이걸로 밀고 나가는 거다. 그때부터 더 신나게 배우러 다녔다. 지치기보다는 '그래,  나 진짜 열심히 잘살고 있어’ 스스로 자부심도 느끼며 살았다. 다양한 기관에서 강좌를 듣고 수료를 할 때마다, 자격증을 하나씩 딸 때마다 내 그릇이 단단히 채워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동시인으로 등단도 하게 되고, 얼마 전에는 첫 동시집도 출간했다.

 

 지금은 독서논술교사로서 평생 글 쓰는 사람으로 남길 바라는 꿈을 꾸며 여전히 내 그릇을 채우고 있다. 그러니, 혹 내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이 자꾸 비교되거든, 그냥 눈 딱 감고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하는 일을 찾아 시작해보자. 그리고 거기에 매진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 하나쯤 반드시 생겨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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