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책밭농부 Aug 02. 2022

옆집 할아버지의 수줍은 복숭아

복숭아 한 봉지, 단호박 한 봉지


 하루 종일 스마트팜 교육이 있던 날,

춥다고 느껴질 만큼 서늘했던 에어컨 속에서 교육을 받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차를 주차한 후 , 선물 받은  피망을 찾아 뒷좌석을 뒤적이고 있었다. 마을 정자에 앉아계셨던 것 같은 할아버지 한분이 내 차 옆을 서성거리셨다.


항상 회관앞에 있는 나무 밑 정자에 앉아계시는 할아버지가 계신데, 한분은 길 건너에서 지팡이를 집고 오시는 할아버지와 다른 한분은 옆집할아버지다.

왠일인지 오늘은 옆집할아버지께서 내차 근처를 두리번거리셨다.


이사온지 일 년이 넘었지만 나도 할아버지도 말주변이 변변치 않은 탓인지, 아직도 나누는 인사가 어색하기만 하다.


항상 차에 탈 때 내릴 때 누구든지 보이면 큰소리로 인사를 하는 편인데 오늘은 인사도 하기 전에 가까이 오셔서 두리번거리고 계셨다.


할아버지께서 우리 집 앞까지 웬일이실까 싶어 웃으며 밝게 인사했다.


원래 인사성이 특별히 밝은 편은 아니었는데, 시골로 이사를 온 이후부터 난 아주 인사성이 밝은 새댁이 되었다. 나 스스로 정체성을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다. 인사 잘하는 젊은이, 싹싹한 새댁, 시골마을에 갑작스레 나타났지만 수상하지 않은 외지인!


고개를 끄떡끄떡 거리시며 인사를 받으시고 하시는 말씀.


" 아무도 없어서 집 앞에 복숭아 좀 갖다 놨어 "


" 어머, 복숭아요? 감사합니다. 혹시 며칠 전 단호박도 할아버지께서 놓고 가셨어요? "


머리를 긁적긁적거리시는 할아버지께선 쑥스러운지 에둘러 쿨하게 말씀하신다.


" 단호박 그거, 남으면 썩어서 버리는 건데 뭘 ~~ 별거 아냐 "


" 어머 너무 감사합니다. 맛있게 잘 먹고 있어요. 오늘 아침에도 단호박 샐러드를 만들어서 빵에 발라먹었어요."


" 응, 그려 그려 "

고맙다는 인사에 쑥스러우신지 서둘러 발길을 돌리신다.


썩어서 버리는 단호박이라니...

아들 머리 크기만큼이나 잘 키워진 탐스러운 단호박이었다.


작년 농사지은 사과대추부터 건대추 말렸을 때, 대추칩 나왔을 때 옆집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나누어 드리곤 했다. 농사지어 장사하는 농부이지만 그래도 옆집 사는 이웃들과는 나누어 먹는 게 인정아니겠는가.


마을 어르신 모두 농사짓는 게 힘들다는 걸 잘 알고 계셔서인지 많이 고마워하신다.


" 뭘 이렇게 자꾸 가져와."


쑥스러운 한마디에 나도 쑥스럽게 대답하곤 한다.


" 저희가 처음 농사지은 건데 맛 좀 보시라고요."


 내가 무언가 가져다 드릴 때마다 그렇게도 고마워하시더니, 농사지은 복숭아 한 봉지를 담아 집 앞에 가져다 놓으신 거다. 

 항상  말이 별로 없으시고 무뚝뚝하시던 분이신데, 일부러 마음 써서 가져다주셨을 생각을 하니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 할아버지 감사해요. 너무 맛있어요. 잘 먹을게요. '

다시 한번 마음으로 되뇌어본다.


나도 어제 마트에서 한 박스나 사온 복숭아이지만, 할아버지의 작은 복숭아가 더 맛있다.


 

농사지은 과일을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주면서 생색을 내기엔  나에겐 넘치는 것들이어서 재차 감사인사를 받기라도 하면 송구스럽기까지 하다.


" 많아서 드리는 거예요. 너무 많아서요. "

나도 애써 에둘러 말한다.

미안해하지 마시라고...


옆집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젊은 새댁에게 받는 호의가 익숙지 않으신 것 같다.



시골집을 산다고 했을 때, 시골로 이사를 가면 곧 후회할 거라느니, 시골사람들의 까다로움? 에 대해 기어이 말을 보태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시골분들은 아주 친절하셨고 인정이 많으시다.

동네에 애들이 없어서 인지 우리 집 삼 남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만 들려도 예뻐해 주신다.


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  작은 몸짓 하나에 , 실수 하나에 혹여나 서운해하시지 않도록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마을 어르신들께 우리 가족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외지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이 웃고 힘차게 인사한다.


가끔 집 앞에 천도복숭아며, 멜론도 놓여있다.


그저 그 마음이 참으로 고맙다.


할아버지 할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


작가의 이전글 귀농은 매일매일이 도전이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