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두 개를 발등에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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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선인장을 사 왔다
작고 어리고 예쁜 식물인데
꼭 가시 돋쳐 외톨이라 느껴지는 애라서

선인장을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두고
가끔씩만 바라보았다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주면 되어서

언젠가 선인장을 자랑하려고
호들갑을 떨며 탁자로 다가가니
탁자는 흔들리고 선인장은 제 몸을 던져
가시를 내 발등으로 내뱉는다

발에는 개수도 알 수 없는
선인장 가시가 붙는다
이러려고 선인장을 산건 아니었는데
호들갑을 떤 내 탓이다
호들 값의 죗값으로 선인장의 가시를
하나하나 발등에서 뽑아낸다

세상살이가 참 바쁘다
나는 세상을 짊어지고 가야 할
세상을 잘 짊어지고 갈지 의문이 드는
누군가에게 참정권을 던지기 위해
발등의 선인장 가시를 뽑다만 채로 투표를 하러 갔고
내가 가시가 박힌 채 목놓아 뽑히길 원했던
그대는 뽑히지 않았다

그 후로 몇 주가 지났다
나는 아직 뽑히지 않은 작은 선인장 가시들이
내 발등을 가시보다 몇 배의 몸집으로 부풀리고 있음에도
가시야 가시야 잘 지내고 있냐며 가끔 안부를 물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가시를 뽑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투표 전 놓쳤던 핀셋을 다시 든다
가시를 뽑는다
눈물이 난다
패배자의 작은 부풀림 따위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나는 발등에 가시를 키우며
패배자를 응원할 것이다

가시 두 개를 발등에 남겨두었다
하나는 뽑히지 않은 당신을 위해
하나는 뽑히지 않은 나의 정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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