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요즘은 일이 좀 어떠세요?"
제가 택시를 타면 꼭 묻는 질문입니다. 사실 전 택시를 굉장히 자주 탑니다. 차를 사기에는 돈이 별로 없고 운전도 잘 못합니다. 대중교통을 타기에는 시간이 아깝습니다. 제가 주로 다니는 곳은 집 근처뿐이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이런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택시가 낫다는 판단을 하고는 가끔은 밥을 사 먹지는 않더라도 택시는 무조건 타곤 합니다. 제가 지하철을 타는 날은 배가 정말로 고픈 날이기도 합니다. 혹은 차가 너무 막히거나요. 저는 1:1 상황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지하철은 왠지 머리가 아파져 옵니다. 너무 많은 타인들이 한꺼번에 몰려있어서 저와 아무런 연관도 없이 그냥 흘러간다는 사실이 조금은 괴롭기까지 합니다.
택시 기사분들에게 저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기사님은 정말 반가워하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시고는 합니다. 저도 너무 피곤하거나 아무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때는 말을 거시는 택시 기사분들이 귀찮기도 합니다. 그래도 택시를 타고 다니니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보다는 좀 더 편안해진 마음에 용기를 내어서 한 분 한 분께 저 질문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 저런 질문을 하면 얻게 되는 것이 잃는 것보다 많습니다. 저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잠시라도 듣는 것이 제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저와 대화를 하면서 상대가 저에게 얻어가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유용한 정보일 수도, 유용한 미소일 수도 있겠지요.
"요즘요? 에휴, 아직 힘들죠!"
밝은 성격의 기사분들께서도 보통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하시곤 합니다. 누구에게든 삶이 힘든 것 같기는 합니다. 저는 저 질문을 상당히 많이 해본 편이어서 어떤 기사님에게 질문을 해야 할지도 잘 압니다. 질문을 하면 귀찮다는 듯이 넘어가는 기사님들도 보았기 때문이겠지요. 아무튼 저와 이야기를 하시기 시작하시면 우리의 헤어짐은 참 즐겁습니다. 제가 몇 분간 대화를 나눈 기사님에게는 가지고 있는 껌이라도 드리거나 잘되실 거라는 응원을 남기고 떠나거든요.
어제는 택시를 처음 운행해보신다는 기사님을 만났습니다. 택시 기사님은 원래 부동산 매매 일을 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부동산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관심이 없는 게 없을 정도이긴 하지만요. 아무튼 저도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고 하니 기사님은 저에게 유용한 정보 몇 개를 주셨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유용한 정보를요. 저도 물론 이렇게 말씀드렸죠.
"기사님, 제가 복이 좀 많은 편이거든요. 운행 첫날 저를 만나셨으니 아마도 진짜 잘 되실 거예요."
아마도 정말 잘 되실 것 같습니다. 정말입니다. 기사님은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다시 새로운 인생을 위해 도전장을 내미셨습니다. 그 과정 가운데 기사님의 용기가 기사님의 삶을 좀 더 멋진 삶으로 인도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기사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