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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Jun 24. 2020

완수와 반수라는 말을 아시나요..?

백수 전성시대를 꿈꾸며... 반수가 올리는 글

 완수와 반수라는 말을 아시나요? 제가 만들었습니다. 곧 없어질지도 모르는 말이지만 제가 퍼트리고 다닌다면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겠죠? 사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완수라는 말은 제 지인이 저에게 해준 말입니다. 제가 너는 "백수냐 아니냐?"라고 묻자 코로나로 백수가 되어버리고 만 그는 "나는 완수야.."라는 것입니다.


완수 : 완전 백수


 완전한 백수라는 말입니다.. 하하하. 슬프고도 재밌네요.. 코로나는 프리랜서였던 그를 완전한 백수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반수'입니다.


반수 : 반 백수


 저는 돈 버는 것과 직결된 일은 일주일에 약 5시간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거기서 돈이 나오고 있죠. 효율은 좋은 편 같습니다. 불과 5시간에 마무리될 수 있는 일 치고는 타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저는 본 투 비 반수입니다. 반백수의 삶이 저에게 어울리는 것이지요. 백수이기엔 돈을 벌고 싶기는 하고, 백수가 아니기엔 너무나도 쉬고 싶습니다. 어때요? 반수의 삶.. 멋지지 않나요?... 사실 돈 때문에 슬플 때도 많습니다. 코로나 전후로 돈에 대한 저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전형적인 '젊은 사람'으로 '하루하루의 행복을 위해 돈을 쓴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경험이 될 것이고 아깝지가 않다!!!!!'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살았습니다. 코로나는 저에게 돈이란 것은 아주 무서운 것임을 알려주더군요.


 일단 저의 경우에는 말이죠... 저는 한 곳에 붙어 있는 성격이 못됩니다. 무언가를 꾸준히 앉아서 진득하게 하는 스타일이기보다는 이것저것 기웃거리면서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게 더 재밌답니다. 그래서 사실 코로나 전에는 4개 정도의 명함을 가지고 '나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거야!!!!!', '올해는 15억을 벌자!!!!!'라는 허황된 꿈을 꾸면서 혼자 즐거워했답니다. 남이 뭐라 하든 제가 즐거우면 된 것 아니냐면서요.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나자 한 곳에서는 완전히 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그 당시 가장 큰 돈줄이 되어주던 곳입니다. 하하하. 하지만 굴복하지 않습니다. 세 가지가 더 남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두 개는 그냥 명함일 뿐이지 사실상 일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명함도 없고요.. 그냥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좀 도와줘!'라고 하시길래 '알겠다.'라는 모종의 계약만이 존재하던 상태였습니다. 사실 제가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 지금도 그 두 가지 일은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를 저의 선택지에서 지웠습니다. 그러자 한 가지 일이 남았습니다... 제가 너무나도 지겨워서 도망쳤지만 저에게 가장 큰돈을 벌게 해 주었던 일이지요.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5시간 씩이요. 하하하... 돈이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코 묻은 돈 급이죠. 5시간 밖에 안 하니까요... 먹고는 삽니다. 먹고사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이제 한 가지 일을 더 시작했습니다. 제가 죽도록 하고 싶지 않았지만 역시 저에게 큰돈을 줄 수 있는 일이요. 그걸 해야지만 전 더 잘 먹고살 수 있습니다. 하하하... 저의 직업은 4개에서 0개 그리고 다시 2개가 되었습니다.


 아.. 브런치를 깜빡했네요. 저는 글을 쓰면서 단 한 번도 돈을 벌어 본 적이 없답니다. 돈 벌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글은 신성하다'라는 나름의 말도 안 되는 신념 때문이었죠. 브런치에 도전했던 이유는 돈을 받지 않으며 '작가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릴 수 있다는 메리트였던 것 같습니다. 책은 내본 적도 없고, 글로 돈 벌어먹고 산 적도 없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장문충'이라는 소리까지 듣던 제가 책을 낸다고 하니 사람들이 놀라서 그럼 책에다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물론 "네가 무슨 책을 쓰냐?"며 "어디 시시껄렁한 노는 얘기나 쓰려고? 안 봐도 뻔하다"라는 식으로 저를 폄하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저의 지인이기는 합니다만 그자가 여기까지 와서 제 글을 볼 일은 죽어도 없겠으니 비밀을 폭로해보려 합니다.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자식보다 잘되고 말 꺼라고요... 물론 지금은 그 자식이 저보다 훨씬 돈을 잘 벌지만요. 하하하...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글로 무언가를 해보겠다며 신청해본 것이 브런치 작가입니다. 그것도 친구가 추천해주지 않으면 찾아보지 않고 혼자 글을 쓰며 끄적대기만 했겠죠. 요즘은 제가 어디 가서 브런치 작가라는 말을 하면 반쯤은 "브런치? 먹는 거냐?"라고 하고 가끔은 "오 브런치!!!"라는 말을 듣기도 한답니다. 저를 대단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사람들이 한 두 명 늘고 있는 것을 보니 카카오팀이 잘해주시고 계신가 봅니다. 다음 검색엔진 텝에도 브런치가 뜨신 것을 아십니까? 역시 카카오입니다.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하던 친구의 말에 따르면 요즘 무언가를 구글에 검색하면 인공지능이 자꾸 브런치를 추천해준다고 합니다. 카카오의 힘인지 브런치 작가의 힘인지는 모르겠으나 누구의 힘이든 우리는 정말 대단하군요. 제 책이 언젠가 브런치를 통해서 나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브런치가 참 좋습니다. 하하하... 언젠가는 저에게 돈을 줄 것 같으니까요.. 아니면 어쩔 수 없고요.. 자, 이제 저의 직업은 3개입니다. 작가가 추가되었네요. 사실 저는 작가가 되기 위한 노력을 가장 많이 한답니다. 작가의 좋은 점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점인데, 작가는 무엇이든 글로 녹여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너무나도 멋지군요... 저도 여기서는 '작가님'이라고 불리기 때문에 정말 작가가 되어버릴 것만 같습니다. 아직은 반가(반 작가..?)지만요. 집에서는 '윤대리' 말고 '윤사장'이라고 불러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사장이 되고 싶거든요... 대리보단 낫죠. 그럼 반수는 이만...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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