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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May 26. 2021

80살 할머니가 되어서 이 일을 되돌아본다면

나의 행복을 응원하는 방법

 요즘은 코로나 때문인지 뭐 때문인지 내 인생이 꽉 막혀버린 것 같을 때가 있다. 정말 코로나 때문일 수도 있고, 코로나를 핑계 대고 싶을 뿐일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밤 10시만 되면 무조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국이니 밤 10시는커녕 저녁 약속조차 잡지 않게 된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도 집에만 있게 되고...


 요즘의 나는 코로나로 인해 점점 더 집에 틀어박혀 보내는 상황이 싫었고, 또 그 핑계 대며 점점 더 무기력해지는 것이 싫었다. 무기력해진다는 것은 참 무섭다.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여행을 못하고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이 바뀌니 마음도 닫혀가는 느낌이었다.


  틈만 나면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을 삶의 가장 큰 행복으로 느끼던 나에게 요즘의 상황은 참 쉽지 않다. 우울한 기분에 상담을 받은 적도 있고, 나와 비슷한 경우로 상담을 받아본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지인이 상담 중 들었다는 말 중에 가장 와닿았던 말은  “80살 할머니가 되어서 이 일을 되돌아본다면 어떤 마음일까요?”라는 말이었다.


 80살 할머니가 된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을까 생각해보았다. 일단 가장 처음으로는 “너는 정말 젊고 아름답다!”라는 말이 아닐까. 20대의 끝자락이 코로나로 통째로 날아가는 기분이 들고, 준비된 게 없는 30살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문득문득 두려워지던 참이다. 집콕 라이프가 주가 되어 전보다 별로인 것 같은 내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80살 할머니가 본 지금의 나는 정말 젊고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이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그리고 하루하루 정말 잘 살아가고 있다고,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을 거다. 딱히 이룬 게 없는 것 같은 나날이어도 한 걸음씩 내딛느라고 참 고생이 많다고 말해줄 거다. 우울해도 회사에 꼬박꼬박 나가서 일을 하고, 엄청나게 생산적이진 못했어도 혼자의 시간들을 어찌어찌 잘 보내지 않았는가.


 마지막으로는 지금의 걱정은 다 제쳐두고 뭐든지 하고 싶은 것들을 열심히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의 걱정이 아무것도 아닌 걱정은 아니다. 하지만 우울해하며 흘려보내기엔 아직 진짜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지 않은가. 물론 코로나 시국이 계속되고 있어서 해외여행을 간다거나 밖에서 밤을 새우며 놀 수는 없겠지만 그 밖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은 아직 많다.


 정말 슬플 때는 행복했던 시절의 사진을 볼 수 없다.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괴로움만 가득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한 사진들을 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오늘은 미뤄두었던 과거의 사진들도 훑어보고 오랜만에 글도 써봤다. 사진 속 여행지에 당장 날아갈 수는 없지만, 지금의 하루하루에도 또 다른 행복들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할머니, 계속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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