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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Sep 18. 2021

당신이어서 참 감사합니다.

사랑을 시작할 때

 당신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사람입니다. 사실 나는 꽤 늦는 당신의 연락에 안달이 났었습니다. 조금 더 많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너무 무미건조한 일상만 나누는 게 아닐까 불만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늦더라도 언제나 비슷한 시간에 나에게 연락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든 출근을 해서든 식사를 챙겨주든 퇴근을 해서든 야근중이든 집에 돌아왔든 언제나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이야기들을 합니다. 처음에는 무미건조하고 지루하게도 느껴졌던 연락들이 이제는 나에게 안정감으로 다가옵니다. 늦더라도 꼭 연락을 주는 사람, 가끔은 늦은 답장에 서운하게 하더라도 언제나 다정한 말투를 가진 사람,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점점 심어주는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나는 사랑을 놓치는 것이 두려워 사랑을 시작할 때 열병 같은 것이 생기고는 합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이 두려운가 봐요.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언젠가 떠날 것을 바보처럼 먼저 떠올리며 혼자 괴로워하고는 한답니다. 당신은 내가 당신으로 인해 괴로웠음을 전혀 모를 것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나의 괴로움과 열병과 서운함을 거의 말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해서 괴로워하는 시간 동안에 혼자서 사랑으로 온전히 괴로워했습니다.


 요즘에는 당신을 닮아 멋지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미루어 두었던 것들을 하고 점점  활발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 바뀌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도록 만드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나에게 무언가를 하라거나 고치라고 강요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강요는커녕 자그마한 불만을 말하거나 조언을 건넨  조차 없습니다. 당신은 그저 멋진 당신의 모습을 순수하게 보여주면서 나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자존감이 높으면서도 전혀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모습으로 다정히 나를 대하는 당신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런 당신을 보며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의 나는 행복하고도 불안해하면서 또 이렇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불안에 덜덜 떨며 나 자신을 파괴하기도 했지만 이제 그렇지는 않습니다. 늦어도 언제나 다시 돌아올 당신임을 알기에, 느긋한 당신처럼 나도 느긋하고 차분하게 우리의 관계를 좀 더 단단히 지어가고 싶습니다.


 사실 나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어느 정도 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굳이 묻고 싶지는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함께하는 시간에서 온전한 행복과 채워짐을 느낀다면 묻지 않아도 당신이 먼저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나 주고 내 곁에 있어주어 참 감사합니다.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것에 참 감사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좋아하게 된 순간들에 참 감사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좋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당신이 나를 좋아해 주어 참 감사합니다. 당신이어서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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