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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Jan 05. 2022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건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까지


 있잖아.  이번 생에서  이상 바라는  없어.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이미 해보고 싶은  거의  해봤어. 가보고 싶은 곳도 많이 가봤고, 많은 사람들과 친해져보기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이 , 이루고 싶은 것들도 이뤘어. 물론 욕심을 부려서 뭔가를  가지고 이루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무한대로 욕심을 부릴 수도 있어. 그냥 이제는 별로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거지. 노력할 만큼 했고  딴에는 그래도 열심히 살아와서 별로  원하는 것도 없어. 지금은 그냥 행복하고 평온하고 조금은 무료한 삶을 살고 있나 .


 그런 나에게 단 하나의 열정이 너인걸.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어. 사실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보다 더 많아. 근데 사람의 마음과 사랑은 논리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너를 떠나야만 하는 수십 가지의 이유들을 품에 안고도 나는 너를 떠나지 못하겠어. 네가 그냥 좋다는 그 한 가지 이유로 떠날 수가 없겠다고. 네가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걸까? 가끔씩 마주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 못한 나는 아직 이 세상에 욕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무미한 세상에 뭔가 다른 고통 좀 느껴보라고 누군가가 나에게 널 보낸 걸까? 난 오늘도 너를 사랑하면서 엄청 고통스러워. 떠나야만 하는 널 도무지 놓을 수가 없어서 괴로워. 너에겐 아무에게도 가져보지 못했던 온갖 감정이 들어서 힘들어.


 난 매일 너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그리고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해. 이런 사랑을 해봤다는 게 축복받은 걸까? 왜들 진정한 사랑 한 번도 못해보는 삶도 있다고 하잖아. 그런 비극보단 나은 걸까? 너는 참 알 수 없는 사람이야. 나는 백 년 남짓한 이번 생에에서 너를 평생 잊을 수 없겠지. 행복하고도 괴로워했던 우리를 평생 곱씹으며 살아가겠지. 나라는 사람의 기억에 영원히 박혀있을 네가 참 무섭다.


 난 앞으로의 우리의 관계가 까마득하게만 느껴져. 지금 이상으로 더 좋아질 것도 없다고 생각하거든. 내가 너무 비관적이라고 하기엔 그냥 우리는 그래 왔잖아. 내 열정이 너라고 말했는데 이거 너무 딴소리하는 거 같니? 난 이번 생에서 너와 온전히 함께 나눌 수 있는 행복 말고는 바라는 게 없는걸.


 방금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왔어. 너는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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