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괴로운 진실들은 폭력 같기도 해
가끔은 무언가를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잖아. 숨기고 거짓말을 한다기보다는 그저 흘러가도록 놔두고 싶을 때 말이야. 모든 걸 말하는 게 꼭 정답은 아닐 수도 있어. 나 스스로에게도 솔직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어떻게 타인에게 모든 걸 말할 수 있을까. 나 스스로도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어떻게 타인에게 온전한 이해를 바랄까. 내가 상처받지 않고 남을 상처 주지 않는 선에서만 적당히 말하면 되는 거야. 모든 걸 말하지 않는다고 뭔가를 숨기는 것도 아니고 모든 걸 말한다고 그게 완전한 사랑인 것도 아니잖아.
가끔 괴로운 진실들은 폭력 같기도 해.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들은 머릿속에 더 오래 기억되거든. 네가 말했던 어떤 장면들은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네 얼굴 옆으로 둥둥 떠다녀서 지우고 싶어도 계속 재생되는걸. 네가 그 모든 걸 말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넌 나의 모든 걸 알고 싶대. 그게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알면서도 하는 말일까. 내 행복에 너와 함께하는 건 좋지만 나의 불행에까지 너를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은걸. 난 너와는 좋은 것들만 나누고 싶어. 가뜩이나 괴롭고 피곤한 일들이 많은 삶에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까지 불행하면 안 되는 거잖아.
너도 너를 잘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 나를 좋아하고 믿는 마음에서 네 얘기를 하나하나 더 들려주는 거겠지. 나는 너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지만 그 이야기들이 무의식 중에 너에 대한 나의 판단 기준이 될까 두려워. 동정이 사랑은 아닌 거잖아.
난 웃으며 네 얘기를 듣고 있어. 어떤 말을 들어도 다 이해해 줄 것 같은 미소를 지으니 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들을 준비가 되어있어. 하지만 그 모든 진실이 너무 무거워질 땐 나도 내가 어디로 도망칠지 알 수 없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