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ydia Youn Mar 04. 2022

인간이어서 좋아, 지금

 나는 외계인이야.

처음부터 지구와 지구의 인간들은 어딘가 나와 맞지 않았고 난 항상 이 세상 너머를 떠올리고는 했어.


 유치원 때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다가 갑자기 미끄럼틀 아래에 앉아서 눈을 꼭 감고 죽음을 상상했던 순간이 잊히지 않아. 난 항상 죽음 이후가 궁금하고 두려웠어.


 유한한 육체의 세계에 내가 정해진 기간을 두고 시한부처럼 살아가는 이유는 뭘까? 나는 이 생애 동안 무엇을 추구하고 이루며 하루하루의 시간을 보내야 할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뭘까? 사람들은 일로 모든 시간을 다 보내면서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내가 행복과 사랑을 위해 산다면 어떻게 행복해야 하고 누구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 죽음 이후에 난 몸을 떠나 어디로 가는 걸까? 육신이 중요하다면 나라는 존재는 無로 돌아가는 걸까? 나의 영혼은 어디로 가는 걸까?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세상은 정말 내가 꿈꾸는 대로 이루어질까? 나는 왜 살아가나?


 하지만 나는 내가 들어온 육체의  또한 사랑해. 나에게 주어진 모든 허기를 채우는 과정이 행복하거든. 물론 채워지지 않는 부분 또한 너무나도 크게 존재하고, 채우다가 넘치기도 하고, 뱉어내다가 다시 허기가 지기도 . 그래도 그래도 내게 가장  맞는 것들을 추려가며 채우고 비우며 내게 주어진 이번 삶을 살아가 볼래. 인간이어서 좋아, 지금.

매거진의 이전글 난 그저 모든 걸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싶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