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하는 날

이기적인 인간의 동물 사랑하기

by Lydia Youn
시장에서 닭들이 몸을 움직이거나 날개를
펼칠 틈도 없이 작은 닭장에 하나 가득 채워져 있거나 물고기들이 서서히 죽어가는 광경을 볼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마음이 쓰인다. 인간은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지각 있는 존재로서 동물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나는 가능한 모든 이들에게 연민을 기반으로 한 채식주의 식단을 권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꽃을 생각하라‘ _달라이 라마 어록 중


구제역으로 인해 돼지들이 생매장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2011년 고3 시절, 인터넷 뉴스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돼지 농장의 돼지들을 산 채로 생매장하는 영상을 어쩌다 보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인간으로서 여태까지 나의 생존을 위해 그 과정은 눈 감은 채로 수도 없이 먹어왔던 많은 동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엉엉 울며 당분간 채식을 해보기로 결심했었다. 그 후 대학에 합격하여 오티에 참여했던 순간까지 대략 육 개월에 가까운 기간 동안 채식주의자로 살았었다. 그때 당시의 나는 밤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에는 하루 두 끼씩 먹는 학교 급식에서 나오는 모든 고기류의 반찬을 먹지 않았다.


사실 나는 고기와 생선, 유제품 등 동물과 관련된 모든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 매우, 매우. 요즘에도 누군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본다면 고기나 회, 스시라고 말할 정도이다. 나의 맛집 리스트에는 수 백 군데의 고깃집이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이지 고기가 먹고 싶지 않았다. 단 한 번을 보고 다시는 보지 못했던 그 영상의 불쌍한 돼지들의 울음소리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서점에 가서 이 책 저 책을 둘러보다가 사게 된 책에서 동물에 대한 연민과 사랑, 채식주의에 대한 글을 보자 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채식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고3 때의 기억도 떠오르고.


나는 동물을 매우 좋아한다. 강아지는 세 마리째 키우고 있으며, 일 년에 한 번 정도 유기견 봉사를 다니고, 꽤 자주 유기 고양이를 보호하면서 운영하는 고양이 카페에 방문하며, 지나가는 모든 강아지에게 관심이 있다. 여러 동물 카페나 동물원을 가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곳에 있는 동물들의 처우나 삶이 괴로워 보이는 경우 눈을 억지로 돌렸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강아지나 동물을 학대하는 영상이 뉴스에 올라오면 기겁을 하면서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수산 시장에서는 산 채로 잡아지는 생선에서 눈을 피하며 초장에 회를 찍어 먹었다. 윽.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기적인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나는 고기를 먹고살아야만 하고 생선을 먹고살아야만 하며, 동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단백질이 가장 좋은 단백질 공급원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치만, 그래도 이기적인 인간이 동물에게 건네는 작은 사과로 가끔 채식을 한다면, 그래도 나는 조금 덜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조금의 사과를 건네보자. 앞으로는 매주 월요일에 채식을 해야겠다.


사실 우리나라는 채식을 도전하기 정말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불과 오늘 아침에도 여러 나물에 비빔밥을 비벼먹으며 이거 정말 맛있다고 감탄하지 않았던가. 언젠가 한 번 제주도 약천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일박 동안 하면서 두 끼인가 세 끼의 절밥을 먹은 적이 있다. 고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식사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때의 나는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쌀밥을 먹었던 것 같다. 여러 과일이나 고구마였던가 암튼 후식까지 아주 배불리 먹었던 기억. 최근에는 흑백요리사를 보면서 선재스님의 당근전이 너무 먹고 싶어서 야매 당근전을 부쳐서 우걱우걱 먹었던 적도 있다.


그래, 야채와 곡물들은 이미 맛있고 우리는 언제든 채식에 도전할 수 있다. 수도 없이 많은 동물을 죽여가며 배불렸던 나에 대한 반성, 이기적인 인간 때문에 수도 없이 죽어가는 동물들을 위한 성찰. 채식에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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