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자!

커피 마시자고 하기까지 생각하는 것들에 관하여

by Lydia Youn

아니, 사람이 간사한 게 같은 행동을 해도 진짜 다르게 보인단 말이야. 누가 커피를 하나 보내줬다고 하자. 내가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보내주면 그냥 너무 고맙단 말이지. 근데 내가 별로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보내주면 이 사람이 나한테 뭘 원해서 이러나 싶을 수도 있다는 게 큰 문제야. 내가 받을 때도, 내가 줬을 때도 그랬던 적이 있는 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뭔가를 줄 땐 그게 너무 고마웠는데,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뭔가를 줄 땐 그게 그렇게 부담스럽더라.

내가 주려고 하던 무언가를 절대 받지 않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지금 나와 친구가 아니야. 받는 것도 마음이거든. 우리 사이가 그 정도였던 거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친구가 나에게 주려던 무언가를 나 또한 받지 않았던 게 분명해. 한때는 좋은 친구였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이것도 미련이지. 그래서 우린 또 주고 또 받고 또 주지도 받지도 못하게 되겠지. 그게 물질이든 마음이든 같은 것 같아.

그리고 주는 사람은 거의 매번 주게만 되고 받는 사람은 또 거의 매번 받게만 되는 게 인간관계라 참 어렵네. 그래도 더 미련이 남지 않는 건 내가 더 많이 줬던 사람이더라. 내가 더 많이 주지 못했던 사람한텐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어. 더 줬으면 좋았을걸 하고. 계속 받기만 하지 말았을걸 하고. 술 마시면 생각나는 것도 그런 사람이더라. 내가 잘 못해준 사람.

그래서 잘해주고만 싶은데 그러면 또 오해를 살 수도 있잖아. 그러면 또 주기만 해야 할 수도 있어. 오해를 사지 않고 커피 하나 주고받기가 사실 힘들어. 힘들어서 더 해야 한다고 하면 웃긴 소리라고 해도 난 그렇게 할래. 세상이 항상 내 맘처럼 돌아가진 않아도 내가 똑바로 걸으면 결국 그게 정도니까. 오해를 받았던 커피가 감사만 받는 커피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도 그게 정도니까. 커피,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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