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 쇼커스 : 세렌디피티

책상 앞에 갇힌 2p, 쳇바퀴 같이 갇힌 2p

by 정윤식

제목 : 오리엔탈 쇼커스(Oriental Showcus)

인생을 살다보면,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걸 영어로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하는 모양이다. 영화 언더월드 시리즈로 유명한 케이트 베킨세일과 존 쿠삭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세렌디피티라는 영화를 통해서 나도 세렌디피티를 알게 되었다. 세렌디피티는 "뜻밖의 발견, 의도하지 않은 발견, 운 좋게 발견"이라고 한다. 7월 28일 금요일 밤, 포항불꽃국제에서 만난 오리엔탈 쇼커스가 바로 "세렌디피티"였다.


그날 저녁, 오리엔탈 쇼커스 음악을 듣게 되고, 가방 속에 책(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을 꺼내 앞 페이지에 보컬인 김그레(김그래가 아니다)의 싸인도 받았다. 내 평생 처음 받아본 연예인 싸인이었다. 유럽인 이야기(Western) 책에 오리엔탈 쇼커스(Oriental) 싸인을 받게 되다니, 이것도 참 묘한 인연이다. 이것도 어찌보면 "의도하지 않은 발견"인 셈이니, 오리엔탈 쇼커스 음악을 뜻하지 않게 듣게 된 거나, 의도하지 않게 싸인을 받은 상황 모두가 세렌디피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팬이 되었다. 음악 3대 철황이나 음악 4대 석학을 쓰면서, 내 젊은 날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면, 오리엔탈 쇼커스 음악은 말 그대로 지금의 음악이었다.

신해철, 김현철, 이승철의 음악도 그 당시에는 최신 음악이었고, 많은 사람에게 불려지고 들려지고 연주되었다. 세상의 그 어떤 음악도 최신 음악이었으며, 사람들이 좋아하고, 따라 불러주면 유행곡이 된다. 최신음악이 불후의 명곡이 되기 위해서는 "최신(이라고 쓰고 지금이라고 읽는다.)"을 사는 내가 그 음악을 즐겨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리엔탈 쇼커스는 적어도 내게만은 "지금 이순간의 음악"이 되었다. 20대, 30대, 40대에 만나는 음악을 관통하는 뮤지션이 있는가 하면, 때론 40대에 새로 만나는 뮤지션도 있다. 난생 처음 만나본 오리엔탈 쇼커스는 "Retro, Il Lento : 복고풍으로, 느리게"라고 말한다.


오리엔탈 쇼커스는 아마도 Oritental Circus에서 나온 듯하다. 동방 서커스에서 아마도 Circus를 Showcus로 바꾼 것 같다. 원래 서커스는 원형 천막을 두른 형태를 말한다. 주로 곡예단 일원들이 동네 방네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하는데, 둥근 천막을 치는 형태를 보고 서커스라고 한 모양이다. 오리엔탈 쇼커스는 예전의 서커스는 아니지만, 곡예단 대신에 연주단이 음악쇼를 보여준다는 의미인 듯하다. 그래서 음악적 색채도 무척이나 떠돌이 음악단이랑 비슷하다. 키보드 연주자(김현경)는 트럼본을 같이 연주하고 색소폰 연주자(한영광)은 정말 신나게 흥을 돋으며 마치 노래하듯이 연주한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치 중세시대 유럽을 떠돌던 연주단 음악을 듣는 듯 하다. 그리고 오리엔탈 쇼커스는 재즈의 본고장인 유럽, 미국에서 오리엔탈 음악이 얼마나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지 보여줄 Showcus할 날을 꿈꾼다.


"Rento, Il Lento"는 복고풍으로 느리게 이런 뜻이라고 한다. 이 노래는 도저희 이해할 수 없는 가사가 있다.

"책상 앞에 갇힌 2p, 마음 속에만 있는 Halloween, 김빠진 콜라처럼 맥 빠진 Midday, 넥타인 벗어 던지고 Just move your feet"

"쳇바퀴 같이 갇힌 2p, 모두 다 똑같은 Mannequin, 똑같은 패션 지겨운데, 따분한 연기 마치고 Relax your mind"


마음 속에만 있는 할로윈, 김빠진 콜라처럼 맥 빠진 정오, 넥타인 벗어 던지고 니 발을 움직여봐... 이렇게 노래한다. 할로윈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괴물이 되어 즐기는 날이다. 즐기고 싶은 맘은 충분한데, 김빠진 콜라처럼 맥이 빠진 나른하고 단조로운 나날 속에서 넥타이 같은 거 벗어 던지고 발을 움직여 춤을 쳐보라는 의미이다. 회사, 학교, 직장과 같은 책상 앞에 갇힌 삶을 걷어치고 춤을 추라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2p (노래를 할 땐 Second p)란 무엇이란 말인가?


모두 다 똑같은 마네킹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어디를 걸어가나 똑같은 패션으로 살아간다. 쇼윈도에 갇혀 있는 똑같은 패션을 입고 똑같은 마네킹처럼 따분한 연기를 마치고 니 맘을 풀어라고 노래한다. 다 똑같이 살아가는 쳇바퀴 같은 마네킹 같은 삶을 걷어치우고 니 맘 가는대로 두라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또 2p가 뭐란 말인가?

오늘 하루종일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p는 page 일 수도 있고, person 일 수도 있고, phase 일 수 도 있다. 내 삶은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두번째 페이지이자 두번째 사람이자, 두번째 장이다. 그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책상 앞이고 쳇바퀴이다. 그래서 지루하고, 김빠지고, 넥타이를 메고 다닌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다 똑같은 근무복을 입고, 교복을 입고 따분한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있다. 그걸 던져버리는 방법은 Just move your feet하고 Relax your mind하는 방법이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 책상 앞과 쳇바퀴를 벗어난 1p (First p)가 되는 것이다. 즉 첫번째 페이지이자 첫번째 사람이자, 첫번째 장인 과거로 느리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 맞다. 그래서 Retro, Il Rento라고 부른다. 복고풍으로 느리게.. 과거로 돌아가는거다. 그게 1p 인 셈이다.


옛날에는 "모두에게 비치는 햇살보다, 우리에게만 비치는 조명위로, 칙칙함 보단 Chic하게, 이 밤 Bright하게, 지금의 네 모습 그대로 Just going on not alone"라고 노는거다. 그래서 레트로는 시간적인 과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즐거웠던 그 옛날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나였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거다. 그래서 후렴구에서는 계속 You gonna be gonna be라고 노래한다. 니가 그냥 너였던 시절... 그게 레트로이다. 니가 그냥 너였던 시절로 천천히 느리게 돌아가는 게 마법인 셈이다. 어떻게 돌아가야 할까? Just move your feet, Relax your mind해야 한다. 그저 발만 좀 움직이고, 니 맘을 리랙스한다.


오리엔탈 쇼커스는 나에게 묻는다. 책상 앞에 갇힌 2p, 쳇바퀴 같이 갇힌 sp로 살아가는 나에게 묻는다. 마법의 주문을 외워보자. 레트로, 일렌토 라고 말해보자. 그리고 발 끝을 움직여 춤을 추고, 음악에 맞춰 그루브를 타며 내 맘에 묶고 있는 관습, 눈치, 체면같은 걸 벗어던지고 리랙스해보자. 그렇게 내가 나였던 1p로 돌아가자. 지금의 네 모습 그대로 살아가던 그 복구풍으로, 그 옛날로 천천히 돌아가보자. 그게 나의 Retro,Il Lento이다.


P.S 쓰다보니 길어졌다. 이 글이 오리엔탈 쇼커스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무작정 오리엔탈 페북 메세지에 전달해보기로 한다. 그렇게 살아가라고 오리엔탈 쇼커스가 노래했으니, 나도 그렇게 살아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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