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 삐에로 : 그래? 그레? 그레!

Midnigt Dnace : 윤식당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by 정윤식

어느 날 방송국 음악프로그램 캐스팅 전에 PD와 밴드들과 상견례가 있는 자리였다. 맨 구석 마지막 자리에 대여섯 명의 오리엔탈 쇼커스 밴드가 긴장한 모습으로 인사한다. PD는 속으로 생각한다. 오리엔탈 서커스로 하면 기억하기 쉬울텐데, 쇼커스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머리 속에는 물음표가 점점 늘어만 간다. 키가 큰 보컬로 보이는 이쁘장한 여자가 인사를 건넨다. '저희들은 오리엔탈 쇼커스 밴드입니다. 저는 보컬을 맡고 있는 김그레입니다.' 다들 제 이름의 '레'가 아이로 이해하시는데 제 이름의 '레'는 아이가 아니라 어이입니다. 김그레입니다.'라고 아주 길게 소개한다. 그 뒤를 이어 베이스 장철호, 키보드 김현경, 색소폰 한영광, 기타 조진성, 드럼 김기원이 차례로 인사를 한다.


옆에서 조연출이 방송 컨셉에 대해서 한참 설명을 하는 동안 PD는 머리 속은 더 많은 물음표가 등장한다. 참 어이가 없다. 미생에 나오는 '장그래'를 따라서 이름을 지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어로 Grey(그레이)로 할거 같으면 김그레이로 하던지.. 뜬금없이 김그레라니.. 그룹 이름도 오리엔탈 쇼커스라고 하더니, 보컬도 김그레이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니, 키보드 김현경도 '얼라'라고 한다. 이게 무슨 동춘서커스도 아니고, 이래저래 신기한 거 투성인 밴드이다. 그래도 이런 이상한 밴드 하나쯤은 있어줘야 음악프로그램이 재미있지 않을까? 방송국 PD는 머리 속 물음표를 여전히 간직한 채 조연출의 말을 이어 받아 얘기한다. "이번에는 시즌 3으로 시작합니다. 탑밴드 시즌 3에 출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쇼는 이제 시작이다. 그래? 그레? 그레!


전반부는 탑밴드 시즌3을 가정해서 써본 소설입니다. 오리엔탈 쇼커스 음악을 듣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질문입니다. 왜 김그레의 이름은 그래가 아니고 그레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오리엔탈 탐정인 '윤식 당'이 나섭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것도 당신의 자유입니다.


서커스에서 반드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삐에로 입니다. 무척이나 우스꽝스러운 옷차림을 하고, 서커스에 온 관람객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소위 바람잡이를 합니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온 무뚝뚝한 표정의 아빠들이 공략대상입니다. 아이들은 삐에록 건네준 풍선 하나에도 까르르 웃어대지만, 아빠는 뚱한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어른들 뒤에 무거운 일상을 걷어내어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함을 찾아내는 게 삐에로의 중요한 임무 중에 하나입니다. 삐에로는 삐딱합니다. 세상의 일들을 "그래"라고 살아갈 수 있는 일들을 "그레"라고 말합니다. 좀 현학적으로 얘기하자면, 소리로는 "그래"와 "그레"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래와 그레가 텍스트화 될 때 우리는 일상과 다름을 발견합니다.


소리로 듣는 청각의 언어는 그래와 그레를 구분하지 않지만, 우리 머리속을 통과하여 손을 쓴 문자를 읽는 시각의 언어는 그래와 그레를 구분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그래' 그렇게 사는거야 라고 말할 때, '그래' 그렇게 사는게 아니라 '그레' 그렇게 살 수 도 있는 삐딱함을 삐에로로 상징합니다. 그 삐닥함은 일상을 뒤트는 한 글자(래와 레)로 나타납니다. 님에서 남이 되고, 남이 또 놈이 되는 세상.. 넌에서 년이 되는 세상.. 단 한 글자를 비틀면 우리네 일상은 달라집니다. 서커스는 일상에서 매일 볼 수 있는 행사가 아닙니다. 1년에 한번 우리 동네로 오는 유람단입니다. 그런 날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아빠와 엄마들 속에 감추어진 삐딱함을 들추어 냅니다.


Midnigt Dnace라는 곡이 있습니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오탈자 일까요? 아닙니다. 의도된 제목입니다. Dance를 Dnace라고 쓴 건 일상의 삐딱함입니다. 마치 한 밤중에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다가 쓴 제목 같습니다. 그래가 아니고 그레이듯, Midnight Dance가 아니라 Midnight Dnace입니다. 오리엔탈 쇼커스의 삐에로는 삐딱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봅니다. 그리고 얘기합니다. 내 이름은 김그레야.. 우리 함께 Midnight Dnace를 추지 않을래? Everybody sing La La La 신나게 춤을 춥시다. 신사숙녀 여러분, 오리엔탈 쇼커스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삐에로 김그레입니다. 다들 눈치보지 말고 흔들어봅시다. 이 밤은 계속 됩니다. 신나는 Midnight Dance 이제 모두 다함께 춤을 춰봅시다.



P.S Midnight Dnace ('tvN 윤식당' 삽입곡)을 듣고 계십니다. 여기까지 오리엔탈 탐정 '윤식 당' 리드보컬인 '정윤식' 이었습니다.

P.S 삐에로 김그레가 삐딱한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또한 삐에로 얼라도 뚱한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리엔탈 쇼커스 : 세렌디피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