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직장인의 이상한 이야기 #3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선택 : 당신은 어디로 가고 싶나요?

by 정윤식

오래 전에 회사에서 함께 근무하던 두 동료가 해외 주재원으로 지원하게 되어, 어느 나라에 가면 좋을지 함께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썼던 이메일 중에서 생각의 단초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시대가 변해도, 역사는 언제나 반복됩니다. 우리가 결정한 선택의 총합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습니다.


제목 :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선택 : 당신은 어디로 가고 싶나요?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 1권은 1995년에 첫 출판되었다. 거의 매년 1권씩 출간되다가 2007년에 15권을 마지막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하였다. 15권 가운데 백미는 4,5권(율리우스 카이사르)이며, 또 한 권을 더 선택하라고 하면 그라쿠스 형제, 술라, 마리우스가 등장하는 3권 정도가 될 것 같다. 로마인이 어떠한지 가장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은 카이사르와 리비에누스의 관계이다. 카이사르와 폼페이누스가 내전을 하게 되자, 카이사르 부장으로 근무하던 리비에누스는 자신의 클레엔테스였던 폼페이우스를 찾아가게 되고, 가슴 아프지만 로마인의 전통을 아는 카이사르는 리비에누스를 보낸다. 마치 조조가 관우를 유비에게 다시 돌려보내듯이 말이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는 당시 집정관까지 오르고 전직 집정관으로 자신의 주재지를 선택해야 했다. 카이사르는 갈리아 지방으로, 폼페이우스는 이집트를 선택한다. 지금의 갈리아 지방은 프랑스 대평원이 펼쳐진 지역이지만, 당시에는 부족들의 독립성도 무척이나 강했고, 로마의 영역확장에 매우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었다. 지금으로 얘기하면, 오지에다 업무량도 많고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곳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집트 지방은 로마에게 매우 협조적이었고, 자신의 왕조를 인정하는 선에서 로마인을 환대했다. 거기에도 밀 생산이 풍부해서 풍유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었다. 지금으로 얘기하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미국, 캐나다인데다가 업무량도 적고,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해외 주재원이나 지방 근무를 하게 된다. 그 때 수 많은 사람들의 선택은 크게 보면 두 가지로 나뉜다. 갈리아 지방이냐? 이집트 지방이냐? 또한 신입사원으로 첫 근무지로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지방에 근무하느냐? 서울에서 근무하느냐? 세상에 다 좋은 건은 많지 않으며, 다 좋다는 건 그 만큼의 책임도 크기 마련이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 두 사람은 부임지 선택에 따라 미래가 바뀐다. 사실 부임지 선택으로 미래가 바뀐게 아니라 두 사람의 사람됨이 부임지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누구나 고민을 하게 된다. 그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보통의 경우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나에게 가치가 있는 일인지 그리고 내가 그 길 다음에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등등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진솔하게 본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경제학자 세일러 교수는 사람들이 합리적일 것 같지만 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도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합리화를 한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에게 솔직해 지고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지금 어려운 일을 선택하고, 어려운 결정을 하더라도 그 길이 언젠가 나를 성장시켜주고, 나를 있게 한 조직(회사, 국가, 가정 등)을 위하는 길인지 답변해야 한다.


나 또한 포항, 벨기에, 포항, 서울, 포항으로 옮기면서 고민을 했다. 내 선택을 합리화하기도 했고, 지금의 생활이 과히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내 맘으로는 이집트이라고 결정해놓고, 사람들에게는 갈리아로 간다고 둘러댄 적도 있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선택지는 “갈리아, 이집트”로 나뉜다. 매번 갈리아만 선택할 수 도 없고, 매번 이집트로 갈 수 있는 법도 아니다. 이집트를 선택한다고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사람도 아니고, 갈리아를 선택한다고 자신을 희생해서 조직의 번영을 위하는 사람도 아니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스스로 정직해지고 그 선택으로 말미암아 내가 좀 더 성장하여 행복해지고, 내가 속한 조직의 가치가 증대될 수 있길 바란다. 지금 입사하여 교육을 받고 있는 신입사원 A에게 꼭 이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몇 년 전에 감사실에 근무했던 직원들에게 술 마시며 함께 한 이야기가 한 편으로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지금은 나 또한 그 선택지 앞에서 고민하고 흔들리기도 한다. 또한 이제 막 회사에 들어온 신입사원 A에게도 동일한 질문이기도 하다. 2004년 1월, 신입사원인 나도 그 선택지 앞에 놓여 있었다. 이천년 전에도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도 같은 고민을 했었다. 갈리아, 이집트.. 당신은 어디로 가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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