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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Dec 26. 2018

스키로부터 배우는 인생살이

아주 소설을 쓰는구만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이하여, 태어날 때부터 농띠(경상도 말로 잘 노는 사람)인 저는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 평창에 있는 휘닉스파크에 다녀왔습니다. 가기 전에는 이틀 정도 스키를 탈려고 맘 먹었는데, 성인 시즌권(47만원)을 끊으면 소인 자녀 1명에 한해서 시즌권을 무료로 증정한다는 1+1 행사에 혹해서 10살 아들과 저는 3일 연속 스키를 탔습니다. 둘이서 5번 정도만 타면 시즌권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자기합리화와 이번 기회에 스키 수준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불타는 욕구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결국 시즌권을 구매하고 말았습니다.


 13년 쯤 사촌누나로부터 중고로 구입한 분홍색 스키부츠가 작년에 부러진 이후에 이번 겨울을 대비해서 거금 124만원을 주고 구입한 스키 플레이트와 부츠에 시즌권으로 완성된 스키에 대한 여건(Surroudings)은 충분히 마련되었고, 이제 저의 체력과 시간을 합하여 이번 겨울은 아들과 함께 눈을 지치며 스키를 마음껏 타볼 생각입니다. 8살 딸도 우리 집 농띠 남자 두명(43살, 10살) 덕분에 스키스쿨에 등록하였습니다. 왜 돈 주고 추운 날 무서운 스키를 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아내는 점점 늘어가는 농띠들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벌써 스키 중급을 타는 10살 아들과 스키스쿨에서 A자를 배우고 내려오는 8살 딸을 보며 “이제 다 키웠다.”는 흐뭇한 미소를 보입니다.


 스키를 타기 위해서는 리프트를 타고 10분 정도 올라갑니다. 그리고 5분이 채 못되는 시간에 내려옵니다. 인생도 올라가기는 오래 걸려도, 내려오는 건 순식간입니다. 3일 동안 약 100번 정도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면서 생각했습니다. 어찌 이다지도 빨리 내려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중력에 몸에 맡기기만 하면 스키가 눈을 미끄러지며 내려옵니다. 내려올 때 너무 빨리 내려오지 않도록 지그재그로 내려오기도 하지만, 결국엔 내려오게 됩니다. 그리고 내려올 때 다치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서야 합니다. 권불십년이라고 합니다. 저 또한 나이가 먹어갈 수록 자꾸 올라갈 수록 내려오는 속도는 더욱더 빨라지고 경사는 가팔라진다는 인생의 평범한 진리를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스키 초급 딱지를 떼면, 리프트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점점 줄어듭니다. 대한민국 어느 스키장에 가나 초급코스가 제일 북적입니다. 중상급만 되어도 여유롭게 스키를 즐길 수 있습니다. 부츠를 신고, 벗는 가장 기초부터 시작해서 A자, S자를 배우는 과정이 매우 지난하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초급만 벗어나면 중급실력을 갖추면 좀 편해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합니다. 인생도 처음에 일정수준 이상의 궤도에 오르기까지 충분한 연습과 인내가 필요한 법입니다. 그러다가 초급을 벗어나서 중급정도 되면 리프트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어 충분히 스키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급까지 다다르면, 소위 본전을 충분히 뽑을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아직 인생의 초보단계에 있는 많은 분들이 끊임없는 연습과 인내로 중급 수준에 이르시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키는 몸의 중심을 이동하는 운동입니다. 그럴 때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의 속도까지 다다르고, 속도를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왼쪽, 오른쪽으로 번갈아 무게 중심을 옮길 때마다 스키는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슬로프를 내려오게 됩니다. 저는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입니다. 지금보다는 덜 경쟁적이었던 2004년 29살 나이에 입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15년 정도 직장생활을 한 셈입니다. 제가 보고 듣고 깨달은 직장생활의 일상을 소설로 쓰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벤처기업의 문화를 체험하고 갈구하는 직장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간접적으로 듣고 깨달은 벤처기업의 일상을 소설로 또한 쓰고 있습니다. 두 개의 소설을 동시에 쓰고 있는 일은 저에게 좋은 균형감각을 선사합니다. 한쪽으로 몸이 기울 때 다른 한 쪽으로 몸을 옮길 수 있는 중용을 배우기도 합니다.


 이제 글을 맺도록 하겠습니다. 2019년에는 두 편의 소설을 연재할까 합니다. 아직 미숙하고, 아직 초보에 불가한 스키어(Skier)이지만 끊임없는 연습과 인내로 중급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8년, 이제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다들 행복하시고, 그 무언가의 “시즌권”을 끊고 저처럼 “농띠”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인생, 뭐 있습니까? Just Do It!!


P.S 흔히들 “아주 소설을 쓰는구만”이라는 말은 조롱하는 늬앙스가 있는 어투입니다. 비록 조롱을 들을지 언정, 저는 소설을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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